시끄러운 고용 파열음… ‘공룡 증권사 탄생’의 그늘

입력 2016-04-21 21:02
NH투자증권이 저성과자에 대한 징계에 나서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노조는 미래에셋그룹이 직원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합 작업(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증권)을 밀어붙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거대 증권사로 거듭난 곳에서 노사 간의 파열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21일 NH투자증권 노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강서·강동 프런티어지점 영업직원 21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사유는 ‘직무태만’이다. 프런티어지점은 지난해 신설된 점포로,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농협증권의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뤄질 때 희망퇴직을 거부했던 직원들이 주로 배치됐다. 노조는 “프런티어지점은 우투증권이 실적 부진 직원들만 배치해 ‘퇴출 프로그램’으로 비판받았던 방문판매본부가 전신인데, 회사가 이를 되살려 희망퇴직 거부자와 실적 부진자를 해고 수순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성과 저조 직원들에게 2년이나 기회를 줬는데 영업을 거의 하지 않으니 징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직원은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으면서 영업 실적은 월평균 10여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관리해오던 고객들과 단절시키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신규 계좌를 터오게 하니 영업을 잘하려고 해도 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 17일 미래에셋대우 노조는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했다. 노조는 미래에셋증권과의 통합 뒤 상당수 직원이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옮겨지는 식으로 퇴사 압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직원들이 사측으로부터 집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박현주 회장을 비롯한 미래에셋그룹 임원들은 워크숍을 한다며 강원도 홍천 블루마운틴CC에서 골프 회동을 했다. 같은 날 다른 곳에서 열린 두 행사는 노사의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박 회장은 지난 15일 기자들이 노조에 관해 묻자 “우리가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하는데 너무 한국적인 질문”이라며 “회장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