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임자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준비에 착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년 1월 임기까지 9개월 남았고,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정해지는 오는 11월까지 7개월이 남았다.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백악관은 뉴욕 경선이 끝나자마자 민주·공화 양당 선거캠프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차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NYT에 따르면 뉴욕 허드슨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사유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준비 모임이 열렸다. 21일까지 계속되는 모임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 경선주자 5명의 대리인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설치법에 따르면 대선 6개월 전인 다음 달 초까지 인수위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인수위가 설치되면 오바마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이 임명하는 연방정부 고위직 4000개와 4조 달러(약 4541조원)에 달하는 정부예산이 포함된 방대한 정보를 넘기게 된다.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넘겨받은 정보의 양은 이메일 2억통을 포함한 80테라바이트 수준이었으나 차기 정부에 넘겨줄 정보는 이보다 2.5배 늘어난 200테라바이트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서두르는 것은 부시 전 대통령의 전례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0년 9·11테러를 당한 뒤 “테러가 취임 직후인 2월 11일에 일어났으면 어쩔 뻔했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2004년 발표된 9·11보고서는 부시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이 지나도록 연방정부 고위직을 채우지 못해 정부 기능에 공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부시 전 대통령의 비서들은 2000년 1월 오바마 당선자 취임 1주일 전부터 백악관 상황실에서 당선자 참모들과 동시다발 테러를 염두에 둔 훈련을 실시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대선 7개월 남았는데… 백악관은 벌써 이양 준비
입력 2016-04-21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