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등장한 1800억짜리 구청, 과연 주민 위한 것인가

입력 2016-04-21 17:30
벌써 6년이 됐지만 서울 용산구청 건물은 여전히 흉물스럽다.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운 듯한 외관은 위압적이고, 번쩍이는 통유리 외벽은 너무 화려해 오히려 촌스럽다. 이태원 구시가지에 10층 높이로 우뚝 솟아서 주변과 어울리기도 힘든 청사를 용산구는 1522억원이나 들여 지었다. 2010년 완공됐는데, 그해 용산구 사회복지 예산은 전년보다 14억원이 삭감돼 있었다. 저소득층, 장애인, 영유아 등을 위해 써야 할 돈이었다.

이번엔 서울 동작구가 1809억원을 들여 초대형 청사를 짓겠다고 나섰다. 용산구청과 비슷한 연면적 5만7740㎡ 규모로 상도2동에 지으려 한다. 용산구에 쏟아졌던 ‘호화청사’ 비판을 고려한 듯 구의회 보건소 경찰서 등이 함께 입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땅값이 비싼 노량진의 현 청사를 매각하면 1910억원이 생기니 그 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겠다고 했다. 행정자치부의 타당성 심의까지 통과했다.

여러 기관이 사용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지금 청사를 팔면 충분한 돈이 나온다지만 그 돈을 왜 굳이 이런 건물을 짓는 데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동작구 재정자립도는 28.7%에 불과하다. 서울 25개 자치구 평균(31.5%)에도 못 미친다. 없는 살림에 모처럼 집 팔아 생기는 목돈을 더 큰 집 사는 데 쓰는 격이다. 구민들 입장에선 ‘자기 돈이면 저렇게 짓겠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동작구는 낙후한 상도2동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신청사가 견인할 거라고 한다. 초대형 용산구청 덕에 이태원 경기가 살아났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재정자립도는 꼴찌이면서 2008년 1152억원을 들여 신청사를 지은 금천구의 살림살이가 그로 인해 얼마나 나아졌는지 따져보긴 했나 의문이다. 거대한 관공서를 짓고 그 온기가 지역에 퍼지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창의적인 민생 해법은 얼마든지 있다.

경제성을 떠나 1809억원짜리 거대 청사가 수반하는 권위적 이미지, 그것이 주민에게 줄 심리적 문턱은 또 다른 비용이다. 용산구 금천구 안양시 성남시의 호화청사를 질타했던 여론 중 상당 부분은 권위적 행태에 대한 반감이었다. 관공서는 차라리 있는 듯 없는 듯한 모습이 낫다. 지역경제 살리는 게 목적이라면 이제라도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