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손성호] 아, 나는 이런 교회가 좋다

입력 2016-04-21 18:34

부활절이 지났다. ‘첫 번째 칼럼’을 쓰고 많은 분들로부터 격려와 소감을 전해 들었다. 무엇보다 ‘교회 옆 쪽방촌’이라는 소재와 ‘그들이 교회를 찾은 이야기’가 감동을 드린 것 같다. 그들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고 싶다.

부활주일예배는 여러모로 감격적이었다. 교회의 모든 세대가 함께 모여 ‘온가족예배’로 드렸다. 쪽방촌 네 분의 형제가 자원하여 세례를 받았다. 1938년생, 47년생, 55년생, 68년생. 살아온 세월의 길이도 다르지만, 이력과 사연도 제각각인 네 사람은 모두 ‘예수를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가장 연장자인 38년생 오 선생님이 세례를 받기 전 내게 했던 말은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다.

“목사님, 예수님을 믿습니다. 그런데 걱정이 돼요. 세례 받고 나면 착하게 살아야 하는데 여태껏 친구들이랑 싸움도 자주하고, 욕도 많이 했어요. 이제 두 번 다시 않을 거라는 확신이 안서요. 달라져야 할 텐데, 안 바뀔까 봐 겁이 납니다.”

나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기도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토록 아이같이 순수한 마음이라면 하나님은 이미 그를 변화시키고 계실 것이다. 더 좋은 마음, 더 좋은 말, 더 좋은 관계를 주실 것이다.

55년생 박 선생은 그날부터 새벽기도에 빠짐없이 나온다. 반드시 선물로 받은 성경책을 들고 나온다. ‘내 성경책’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 책을 펴서 찬송하고, 말씀을 소리 내어 읽는다. 하루는 기도회가 끝나고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사람들이 왜 교회를 다니는지 알겠어요. 정말 즐겁고 기뻐요. 성경말씀 읽으면서 생각해요. 이렇게 살면 되겠다 싶습니다.”

물론 활활 타오르다 금방 꺼져버리고 마는 감정적 신앙인들을 나도 무수히 봐왔다. 허나 일평생 쫓기며, 잡히며, 갇히며 살아온 그다. 수감생활 중에도 분명 성경을 읽었고, 찬송을 불렀을 그가 ‘맑고 청명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교회 문 열고 들어서는 자유’는 다를 것이다. 그는 진정 기쁨을 찾았다. ‘믿음의 식구’라는 말이 참 좋다고 했다.

처음엔 냄새 난다며 사람들이 앉지도 않던 본당 장의자 한 줄과 그 뒷줄을 이젠 말쑥하게 차려입은 돈의동(쪽방촌) 식구들이 차지했다. 몇몇은 새신자반에 참여해 7주 과정을 마쳤다. 어서 빨리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무언가 봉사할 수 있는 일을 달라고 한다.

“아. 나는 이런 교회가 좋다.” 나중된 자가 먼저 되는 교회, 낮은 자가 존중받고, 사랑받는 교회. 마태복음 21장에는 두 아들이 나온다. 아버지는 먼저 맏아들에게 지시했다. “얘야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하거라.” 맏아들은 “가겠나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가지 않았다. 둘째 아들에게도 똑같이 지시했다. 둘째는 “싫소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잠시 후 뉘우치고 아버지의 뜻대로 포도원에 가서 일했다. 이 이야기 끝에 주님은 물으셨다. “둘 중 누가 아버지의 뜻대로 하였느냐?” “둘째 아들입니다.” 그러자 하신 말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세리들과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리라.”(마 21:28∼31)

‘교회는 첫째아들 행세를 하는 곳이 아니다. 언제라도, 누구라도 둘째아들이 돼야 하는 곳이다’ 사회도 마찬가지! 이번 국회의원 선거결과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다. 모든 것은 변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권력도, 영원한 비밀도.

청년들이 투표장에 몰려들었다. 정치권의 타성과 오만은 질타를 받았다. 모두 패자였다. 승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국민들이었다.

손성호 목사(서울 초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