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체납 고소득·전문직 5만9049가구 특별 징수

입력 2016-04-21 20:53

서울 서초구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 P씨(59)는 국세청 과세소득이 1억1557만원이지만 건강보험료는 45개월(지난해 12월 기준) 치를 내지 않고 있다. 체납한 건보료가 무려 5595만원이다. 임대업을 하는 K씨(62)도 토지(1억6812만원) 건물(3079만원)뿐 아니라 종합소득(4441만원)이 있음에도 건보료 1247만원을 30개월간 내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은 P·K씨처럼 건보료를 낼 능력이 있음에도 내지 않는 고소득자와 전문직 종사자 5만9049가구를 선정해 ‘특별징수’를 실시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건보공단은 지난 2월 특별징수 계획을 수립해 지난달 10일까지 1만147가구에 대해 319억원을 징수했다. 앞으로 남은 1040억원에 대한 징수활동을 벌이게 된다.

특별징수 방식은 부동산, 자동차 등 재산을 압류하고 공매를 추진하는 것이다. 고소득 체납자들이 은행과 제2금융기관에 맡겨둔 예금·채권 등 금융자산도 강제로 징수한다.

이러한 재산 압류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30개월 치 1000만원의 건보료를 체납한 C씨는 건보공단이 건물과 자동차를 압류하자 스스로 밀린 건보료를 납부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그는 보유재산이 10억원에 이른다.

연소득이 1억2000만원인 전문직 종사자 D씨 역시 공단에서 예금과 차량을 압류하자 밀린 9개월 치 건보료 380만원을 자진 납부했다. 51억원 재산가인 A씨도 토지와 채권을 압류당한 뒤에야 43개월 동안 밀린 건보료 2100만원을 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강제징수에도 버티며 건보료를 내지 않는 사람도 상당수다. 건보공단이 지난해 말 인적사항을 공개한 건보료 고액체납자는 3173명에 이른다. 정부가 병원 이용 시 건강보험 혜택을 주지 않는 제도를 시행하는 등 다방면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일부의 체납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건보공단이 올해 선정한 특별징수 대상은 ‘고액재산 보유’ 가구가 3만5960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고액소득자’ 1만4390가구, ‘빈번한 해외출입국자’ 3140가구, ‘수입차 소유자’ 1635가구, ‘연금성실납부자 중 건보료 체납 가구’ 1290가구 등이다.

특별징수 대상자의 체납 건보료는 건보공단 회계에서 결손처리되지 않는다. 납부할 때까지 계속 징수를 시도한다는 얘기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건보료를 낼 능력이 있는 체납자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강제징수를 강화해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