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親朴은 더 이상 새누리 당권에 욕심내지 마라

입력 2016-04-21 17:30
역대 보수정당 가운데 최악의 총선 참패를 당한 새누리당의 친박(親朴)계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민심이 뭔지, 국민들이 뭘 원하는지를 여전히 모르는 눈치다. 당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새누리당 혁신모임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21일 라디오에 나와 “그분들이 원내대표를 맡고 전당대회에 나가서 당 대표나 지도부, 당 최고위원을 맡으면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어떻게 보겠느냐”며 친박계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친박계가 원내대표 경선과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같은 모임의 하태경 의원은 친박계 핵심 이정현 의원이 비박계의 청와대 공격을 비판한 데 대해 “선거 때 그렇게 당하고도 ‘진박 시리즈 2탄’을 다시 시작하려 하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혁신모임 소속 의원들의 진정성에 의심할 대목이 있고, 사심을 일정 부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친박계에 대한 이들의 당권 포기 요구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총선 패배 원인을 제공해 보수 진영을 뿌리째 흔들어 놓은 친박이 다시 여당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는 건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친박은 4·13총선에서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을 꾸리려다 실패했다. 눈엣가시인 당내 인사들을 쳐내며 박근혜정부의 성공에 필요하다는 구실 아래 진박 세력을 구축하려 했다. 공천 과정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온갖 추태를 다 보였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안기는 결과까지 초래했다. 이쯤 되면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거치며 비박계에 수적 우위를 점한 친박계가 힘으로 당권을 차지하겠다고 나설 경우 집권당의 ‘국정 주도권 상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새누리당이 둘, 셋으로 쪼개지는 일도 배제할 수 없다. 친박이라는 계파도 한순간에 소멸될 수 있다.

친박들은 앞으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는 수식어부터 입에서 떼어내야 한다. 진정으로 박 대통령을 생각한다면 패권의식을 내려놓고 뒤로 완벽하게 물러나야 한다. 그러면 살 길이 생긴다. 친노의 경우를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노무현정부 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친노는 8년 전 스스로 폐족(廢族)이라고 자조할 만큼 극한적 위기를 맞았으나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자 전면에 나서려 했다. 그 결과는 각종 선거에서의 패배였다.

새로 등장하는 새누리당 지도부는 친박, 비박 프레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이런 지도부가 탄생할 수 있도록 친박계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사실 박 대통령이 집권하던 그 순간, 친박들의 정치적 소명은 다했다고 봐야 한다. 친박 완장을 벗고 평당원으로 당 재활(再活)을 돕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