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문 더 좁히는 대기업… 고용절벽 현실화

입력 2016-04-21 20:50

경기침체 장기화와 정년제도 도입 등으로 대기업 중심의 고용절벽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30대 그룹의 신규채용 수준은 5년 전으로 후퇴했으며 300인 이상 기업 10곳 중 4곳은 정년제도로 인해 신규 일자리를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투자 촉진 및 구조 개혁 등 경제활성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대 그룹(2015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을 대상으로 ‘2016년 고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채용 인원이 지난해보다 4.2% 감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전경련이 올해 1월 19일∼4월 18일 30대 그룹이 직접 고용관계로 신규채용한 근로자 수를 조사한 결과다.

우선 올해 신규채용은 지난해 13만1917명보다 5500여명이 줄어든 12만6394명으로 예상됐다. 2013년 14만4501명에서 2014년 13만1234명으로 급감했다가 지난해(13만1917명) 미세하게 증가했지만 1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신규채용 인원은 2011년의 13만1000명 수준에도 못 미쳤다.

30대 그룹 중 절반을 웃돈 16개 그룹은 지난해보다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기로 했으며 규모를 늘리는 그룹은 9개 그룹에 불과했다.

주요 그룹들이 신규채용을 꺼리게 된 것은 경기악화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사상 최장인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내수 부진도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2%대 저성장이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고용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시행된 정년연장 역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요인이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1단계 정년연장 적용대상 기업(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년 60세 시대의 기업대응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42.3%는 ‘정년연장으로 신규채용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답변했다. 2013년 4월 정년연장법이 통과되면서 정년 60세 의무제도가 올해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되고 내년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된다.

종업원 수가 500여명인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 인사담당자는 “올해 정년연장 혜택을 받는 근로자가 15명인데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여서 비자발적인 인건비 증가요인이 발생했다”면서 “경기도 좋지 않은데 정년연장 부담까지 겹쳐 올해는 신입직원을 뽑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 조사결과 정년연장제도의 악영향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67.3%에 달했고 그 이유로 ‘인건비 증가’(53.0%)를 꼽은 기업이 절반을 넘었다.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국내외 경기 악화와 정년연장 시행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났다”며 “일자리 창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