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의 ‘관제시위’ 지시 의혹 철저히 규명해야

입력 2016-04-21 17:30 수정 2016-04-21 21:58
청와대가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관제시위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최고 권력기관이 여론 조작 및 왜곡을 시도했다는 것은 주권자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위로,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후 반발 여론이 확산되자 청와대가 어버이연합 측에 지지 집회를 열라고 지시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어버이연합 측이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실 모 행정관’을 지시를 내린 인사라고 특정한 만큼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청와대는 시사저널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자 21일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한데 청와대 태도가 꺼림칙하다. 그동안 오보에 대한 청와대 대응방식은 정정보도 청구나 소송하는 게 통상적인데 이번엔 달랐다. 정연국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정보도 요청과 관련해) 추후 지켜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국민소통비서관실에 어버이연합 관리 업무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파악을 하지 않았다”고 얼버무렸다. 의혹이 제기되면 당사자나 관련 수석실에 사실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게 대변인의 임무인데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버이연합에 억대의 자금을 지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 대가로 어버이연합은 전경련 입장을 지지하는 시위를 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한편 출간배포금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시민단체가 순수성, 독립성을 잃으면 권력이나 자본에 종속되는 꼭두각시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했으니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진상조사에 불응할 명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