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배숙 <5> 부흥집회 보며 ‘내가 모르는 무엇이 있구나’ 생각

입력 2016-04-21 17:33 수정 2016-04-21 21:25
1979년 2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조배숙 당선자. 조 당선자는 이 무렵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내가 신앙생활을 시작한 것은 1979년 2월이다. 당시 나는 서울대 법대 졸업을 앞두고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에 심한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사법시험을 치러야 하는 부담감까지 안고 있었다. 그렇게 방황하던 나에게 김방희라는 친구가 다가왔고 하나님을 전하고 싶어 했다.

서울대 2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잠깐 교회에 가본 적이 있었다. 모임이 끝나자 인도자인 선배가 같이 기도를 하자고 했다. “주님, 우리 모두가 죄인입니다.” ‘뭐야, 내가 죄인이라고?’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거부감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뒤로 교회에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초월적인 존재에 맡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나에게 한사랑선교회 김한식 선교사님을 소개해줬다. 선교사님의 얼굴을 보니 평안함이 느껴졌다. 선교사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구원의 진리를 접했고 기도를 했다. 그날 밤 무엇인가 새로운 세계로 옮겨가는 꿈을 꾸었다.

얼마 안 있어 사시 1차 시험을 봤는데 낙방을 했다. 낙방 소식을 듣는 순간 더 이상 도서관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책을 주섬주섬 싸들고 도서관을 나와 긴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앞으로 1년 동안 펼쳐질 회색빛 미래를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졌다.

정신없이 내려가고 있는데 친구 방희가 반대편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방희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 웬일이냐고 물었다. 방희는 나를 위로해줬다.

“배숙아, 너무 걱정하지 마.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마침 김 선교사님이 인도하시는 집회가 있는데 함께 가지 않을래?”

1차 시험도 떨어졌고 책이 손에 잡힐 것 같지 않아 승낙했다. 집회에 갔는데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다. 학생들이 모여앉아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는데 다들 희망이 넘쳐 보였다. 그곳에서만큼은 세상의 근심 걱정이 없어보였다.

서서히 마음이 안정되면서 주위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때 여자 한 명을 발견했다. 그는 어렸을 때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었는지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바깥출입을 피했을 것 같은데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었다. ‘저런 사람을 인도해서 찬송을 부르게 하는 힘이 무엇일까.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 있는 것 같다.’

그 뒤로 모임에 몇 번 나갔지만 점점 부담이 느껴졌다. 가르치는 말씀을 행하기도 힘들었다. 아직 욕심을 버리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 달 만에 또다시 방황이 시작됐다. 다른 선교단체에도 가봤지만 마음을 잡지 못했다. 평소 존경하던 한완상 교수님을 찾아가 교회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교수님은 서울 상도동에 있는 남현교회를 추천해 주셨다.

나는 매주 일요일 아침 7시 남현교회 예배에 출석했다. 그리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음악선교사였던 최귀라 선생님의 찬송 테이프를 틀어놓고 잠을 청했다.

학교로 가는 시내버스 안에서도 성경을 읽었다. 복음서를 통해 예수님이 베푸셨던 수많은 기적을 보면서 많은 은혜를 받았다. ‘이렇게 좋은 성경말씀을 왜 그동안 몰랐을까’ 후회스러웠다. ‘진작 알았다면 대학시절 그렇게 방황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게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일을 긍정으로 바라보고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매사에 불안했는데 걱정이 사라지고 소망에 부풀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매일 밤 성경을 읽고 사도법관 김홍섭씨의 책을 읽었다. 그분의 아들이 신부였는데 그가 남긴 수필집도 읽었다. 그러다 그해 11월쯤 이상한 꿈을 꿨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