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 시인이 두 자녀 위해 쓴 동화
실비아 플라스(1932∼1963)는 미국의 대표적 여성 시인이다. 영국의 계관 시인 테드 휴스의 아내였다.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작가 사후 나온 시집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유일하다. 자전적 소설 ‘벨자’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 밭의 파수꾼’에 맞먹는 걸작이라는 극찬을 얻었다.
이런 탁월한 시인이었지만 남편과의 파경으로 31세에 자살을 선택했다. 이런 비극적 최후 때문에 그녀에겐 불우한 예술가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우리가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녀 역시 아이를 지극히 사랑한 엄마였다는 것이다. 그녀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자녀가 있었다. 그 아이들을 위해 쓴 세 편의 이야기를 묶은 동화집에는 모성이 묻어난다.
햇살처럼 밝고 아침이슬처럼 영롱하다. ‘이 옷만 입을 거야’는 자기만의 정장 한 벌이 갖고 싶은 일곱 형제의 막내인 일곱 살 맥스 닉스가 바라던 옷을 갖게 된다는 판타지 같은 이야기다. 어느 날 집으로 양모로 짠 가슬가슬한 겨자색의 모직 정장이 배달된다. 아빠부터 입기 시작한 이 옷은 모두에게 저마다의 이유로 맞지 않고 결국 돌고 돌아서 막내 맥스의 차지가 된다. 같은 문장들이 되풀이 돼 노래처럼 리듬감이 있다.
‘체리 아줌마의 부엌’은 냉장고, 세탁기, 토스터, 다리미 등 부엌 친구들이 저마다 다른 친구의 역할을 부러워하자 부엌의 요정이 어느 날 역할 바꾸기를 경험하게 해준다는 얘기다. 부엌이 난장판이 되는 건 당연하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교훈을 이런 재밌는 얘기를 통해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주머니 침대, 간식 침대, 높이 뛰어오르는 침대 등 온갖 종류의 침대가 나오는 ‘침대 이야기’도 상상력이 기발하다. 엄마 표 간식처럼 맛과 정성이 밴 이야기들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어린이 책-실비아 플라스 동화집] 막내 맥스에게 새옷이 생겼어요!
입력 2016-04-21 18:21 수정 2016-04-21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