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문명의 번영과 몰락, 회계로부터

입력 2016-04-21 18:23

도로를 건설하든 전쟁을 하든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도자들은 국가의 자산을 추적하고 정치를 관리하기 위해 회계에 의존해 왔다. 그리고 감사와 복식부기 같은 기본적 회계도구는 근대 자본주의 국가의 근간이 됐다. 하지만 회계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매우 미천하다. 회계는 책임을 묻고 평가하기 위한 도구지만 잘못 사용하면 사기의 도구로 전락한다.

역사학자이면서 대학에서 회계학도 가르치는 제이콥 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수 천 년에 걸친 인류 역사에서 회계가 어떻게 왕국과 문명을 형성했는지 연구해왔다. 15세기 피렌체의 메디치가는 복식부기를 통한 은행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회계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결국 피렌체 공화정의 쇠퇴에 일조했다. 또 17∼18세기 유럽 전제군주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할까봐 정직한 회계를 피했고, 19세기 투명한 회계가 뿌리를 내린 영국은 세계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능함 때문이든 의도적이든 회계를 잘못 사용해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가 초래되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