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 해소 vs 공정 성장… 한목소리 딴생각

입력 2016-04-20 21:23 수정 2016-04-21 00:14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대회 도중 광주·전남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이개호 의원의 인사말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왼쪽).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서울 마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모습(오른쪽). 뉴시스, 서영희 기자

◇더민주, 구조조정 언급하며 포용적 성장=“문제는 경제”라고 외쳤던 더민주가 경제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부실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원점 재검토도 요구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예로 들면서 경제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일본이 1993년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경기 활성화를 하면 경기가 회복된다며 10년 가까이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며 활성화하려고 노력했다”면서 “하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아 ‘잃어버린 10년’, 그 이후 10년까지 ‘잃어버린 20년’을 통과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실기업에 돈을 대는 방식은 안 된다는 것으로 정부·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에 반대 입장을 재강조한 셈이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을 비판하면서도 구조조정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던 기존의 야당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김 대표의 ‘경제 브레인’으로 불리는 최운열 당선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조조정 문제가 민감하지만 정말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와 있기 때문에 서로의 고통 분담을 누군가는 얘기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터놓고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 회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최 당선인은 기존 당론과 달리 고용을 늘리기 위해 의료산업도 서비스산업에 포함시키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 당선인은 당내 특강에서 “기업과 대주주, 기업과 악덕 재벌 이런 것을 생각하니까 우리(더민주)는 ‘친기업’이라고 정정당당하게 주장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민주는 그러면서도 경제적 불균형을 해결하는 ‘포용적 성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열린 제20대 국회 당선자대회에서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본주의가 성립 불가능할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포용적 성장, 더 나아가 정치에 있어서 포용적 민주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오늘날 전 세계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했다.

더민주는 정부의 경제 활성화 법안에도 급제동을 걸 계획이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선자대회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여당발(發) 경제 활성화법을 모조리 원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20대 국회에서 중점 추진할 법안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기초연금 30만원으로 인상, 법인세 정상화 등을 꼽고 있다.

◇국민의당, ‘구조조정+구조개혁’=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의지에 대해 20일 “(산업) 구조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공정성장론’을 통해 산업 구조개혁을 성장의 한 축으로 강조해 왔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필요한 것은 미시적인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거시적 관점에서의 (산업) 구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를 찾고 급변하는 세계 경제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구조조정뿐 아니라 산업 구조개혁이 필수라는 얘기다.

국민의당 채이배 공정경제 태스크포스 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계속 주장했던 대로 미래 먹거리를 찾고 과학기술혁명 등을 이루기 위해 장기적인 산업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구조조정은 현재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긴 하지만 먹거리를 준비하자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정부 정책을 단순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 경제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근본적 구조조정’이라는 대원칙만 밝힌 더민주 김 대표에 맞선 차별화 전략으로도 읽힌다.

그는 그간 공정성장론에서 산업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문어발식’ 구조의 대기업을 글로벌 전문 대기업으로 재편해 한 분야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 중 하나다. 국가의 연구개발비를 중소·중견기업에 집중시켜 독일식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는 방안도 구조개혁론에 포함돼 있다.

안 대표는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창업 정책도 지금처럼 금융정책으로 갈 것인지 산업정책으로 전환할 것인지 큰 담론 하의 계획들이 필요하다는 말”이라며 “더 이상 늦추면 커다란 (경제) 위기가 닥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성수 문동성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