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가 있기에 한국야구 美보다 뜨겁다”

입력 2016-04-22 20:06

한국 프로야구 응원이 미국이나 일본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응원가다. 특히 한국 팬들은 응원가를 열정적으로 따라 부르며 좋아하는 팀을 응원한다. 많은 팬들은 응원가만 듣고도 누가 타석에 나오는지 맞힐 정도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응원가가 있지만 이렇게 관중이 하나가 돼 함께 노래 부르는 광경은 없다. 일본의 경우 트럼펫 연주가 일반화돼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구단과 선수 응원가가 생겨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LG 트윈스가 1990년 대중가요를 개사해 구단 응원가를 만들었다. 3년 후에는 투수나 타자가 등장할 때 동일하게 나오던 음악을 선수별로 다르게 만들어 내보냈다.

이런 응원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2000년대 후반이다. 특히 이전까지 구단이 응원가를 만들었다면 이젠 응원단장과 팬들이 하나가 돼 팀과 선수 응원가를 만들며 따라 부른다.

구단 응원가 중 대표적인 곡들은 LG의 서울찬가, 롯데의 부산갈매기, KIA의 남행열차, SK의 연안부두다. 특히 지방 연고 구단이 서울에서 경기할 때 그 지역 출신 팬들이 몰려와 합창하는 장면은 장관을 연출한다. 관중은 노래 하나로 향수를 달래고 동질감을 느낀다.

최근 프로야구에선 선수별 응원가가 구단 응원가보다 더욱 활성화돼 있다. 선수들도 앞다퉈 좋은 응원가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외국인 선수들도 이런 낯선 응원문화에 도취된다. KIA 브렛 필은 “한국 야구는 응원가가 있기 때문에 열기가 미국보다 뜨겁다”고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선수 응원가는 대부분 가요와 팝송을 개사한 것들이다. ‘롯데의 강민호∼’로 시작되는 롯데 강민호 응원가는 보니 엠의 ‘리버스 오브 바빌론(Rivers of Babylon)’을 바꾼 것이다. ‘날려라 날려 안타∼’라며 여성들이 부르는 두산 정수빈 응원가는 비치보이스의 ‘서핑 유에스에이(Surfing USA)’를 개사했다.

이러다 보니 가끔 선수 두 명의 응원가가 겹치기도 한다. 콰이어트 라이엇의 ‘컴 온 필 더 노이즈(Cum on Feel the Noize)’를 사용해 만든 롯데 황재균 응원가는 삼성의 대표 응원가와 똑같았다. 그래서 응원가를 바꿨다. 그런데 바꾼 것도 KIA 신종길의 응원가와 똑같았다. 황재균과 신종길은 현재 ‘귀여운 여인’의 주제가 ‘프리티 우먼(Pretty Woman)’을 소재로 한 응원가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팀이 달라져 응원가가 바뀌자 선수가 이전 소속 구단에 사정해 계속 사용하게 된 사례도 있다. 두산 홍성흔은 롯데 시절 포넌블론즈의 ‘왓츠업(What’s up)’을 개사한 응원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홍성흔은 두산으로 이적해 새 응원가를 받았지만 이전 노래가 그리워 결국 롯데 시절 응원가를 현재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