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서울 충신교회 원로목사가 미국 ‘이한탁 구명위원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재미교포인 이한탁(83)씨는 1989년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한 교회의 수련원에 우울증을 앓던 딸과 방문했다가 딸을 살해한 방화범으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받고 25년간 수감됐다. 이씨는 2014년 화재감식전문가의 무죄 주장으로 재심이 받아들여져 풀려났다.
서울 마포구 한국교회지도자센터에서 감사패를 전달받은 박 목사는 “같은 동포로서 이씨의 억울한 사연을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2000년 5월 한국에서 정진경 길자연 목사님 등 200여명의 크리스천과 이한탁구명운동 한국본부를 설치하고 대표회장을 맡아 2만명의 탄원서를 받고 3만5000달러를 모금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동안 크리스마스나 새해 카드를 주고받으며 소식을 전했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던 이씨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했다”면서 “미국처럼 엄격한 법치주의 국가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죄수가 25년 만에 석방됐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죄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수감 중에도 사면 제의가 있을 때마다 “나는 죄가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명위원회에서 면회를 갈 때마다 “하나님은 나의 편이다. 기도를 부탁 드린다”며 25년의 시간을 신앙의 힘으로 견뎌냈다.
박 목사는 “돈도 없고 언어소통도 잘 안됐던 이씨는 억울하게도 정말 죽을 고생을 했다”면서 “그랬던 그가 죄에서 해방됐다니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육체적 자유를 얻었으니 더 소중한 영적 자유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감사패를 전달한 구명위원회 위원 김영호 미국 동부 생명의전화 대표는 “이씨가 어려운 가운데 자신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있다”면서 “특히 구명운동과 중보기도를 해주신 박 목사님과 한국 성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뉴욕순복음교회 출신인 이씨는 출소 후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생활고를 겪고 있다. 매주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예배에 출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씨는 약값과 주택임차료 등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비용으로 매달 2000달러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자신의 억울한 사연이 책으로 출판될 수 있다면 그 수익을 모두 자신처럼 고통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25년 만에 찾은 자유… “목사님 감사합니다”
입력 2016-04-20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