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살아 있어”… 매몰된 남편에게서 걸려온 전화

입력 2016-04-20 19:57 수정 2016-04-21 00:18

규모 7.8의 강진으로 나라 곳곳이 폐허가 된 에콰도르에서도 한 줄기 희망은 피어났다.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려있던 한 남성이 4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주인공은 에콰도르 포르토비에호의 5층 호텔 엘가토에서 일하던 파블로 코르도바(51·사진)다. 그는 지난 16일 지진 발생 당시 건물더미에 매몰됐다.

호텔에 있던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남편이 숨졌을 것이라 생각하고 관(棺)을 준비했던 그의 아내는 지진 발생 3일 차인 18일 오후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남편으로부터 “살아있다”며 전화가 온 것. 아내의 신고를 받고 곧장 출동한 구조대가 탐지견과 탐지기를 동원해 3시간 만에 건물 잔해에서 코르도바를 찾아내면서 그는 40시간 만에 바깥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코르도바는 구조 후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기도하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오줌을 받아 마시기도 했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닳기 직전 극적으로 신호가 잡히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앞서 서부 만타 지역에서도 쇼핑센터 건물 잔해에 깔렸던 이들이 32시간 만에 구조되는 등 최소 6명이 극적으로 생환했다고 AP는 전했다.

수색·구조작업이 계속되면서 희생자 수는 크게 늘었다. 에콰도르 당국은 20일 기준 확인된 사망자가 525명을 넘어섰고 231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종자 수가 1700명이 넘는다는 보도도 나오는 등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수도 키토에서 북서쪽으로 214㎞ 떨어진 해상에서 규모 6.1의 지진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구조작업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가 큰 서부 해변에선 장례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두 차례 강진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에서도 재건 움직임은 본격화되고 있다. 규슈 신칸센도 6일 만에 운행을 재개했고 구마모토현 편의점도 대부분(97%) 영업을 시작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일본 정부는 다음 주 국무회의를 열고 구마모토 지진 피해지역을 ‘격심재해’ 지역으로 지정해 중앙정부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21일 구마모토 지역을 시찰한다.

일본에선 20일 오후 9시19분쯤 동부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5.6의 지진이 또다시 발생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