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하는 ‘꿈의 회사’ 우리가 만든다”

입력 2016-04-20 21:47

트리니티소프트는 근로자가 32명밖에 안 되는 중소기업이다. 게다가 다른 회사의 웹 방화벽 관리와 솔루션 개발, 정보보호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IT서비스 업종이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근로환경이 열악하고(중소기업) 근로시간도 길 것(IT서비스업)’이라는 예상을 깨는 반전이 있다. 근로시간이다. 3년 전 서울 구로구에서 경기도 안양시로 사옥을 옮긴 것을 계기로 출근시간을 9시에서 9시30분으로 늦췄다. 출근시간 교통 체증을 조금이나마 피하고, 아이를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해서였다. 퇴근 시간은 6시를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하루 근무시간은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보다 짧은 7시간30분이 됐다. 지난달부터는 매월 첫 주 금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 오후 4시면 전원 퇴근이다. 이번엔 근로자 개인별 필요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당연히 높다. 트리니티소프트 이상호 이사는 “IT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에서 불가피한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피할 수 없는 경우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다음 날 늦게 출근하고 대체휴일을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도 쉽지 않은 ‘일·가정 양립’에 적극 나서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이처럼 재택근무나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한 근무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중소기업 사업장 8곳을 일·가정 양립 환경개선 지원제도 대상으로 선정했다. 트리니티소프트와 엘앤씨바이오, 느티나무도서관재단, 한국비투아컨설팅, 떡파는사람들, 와이엠씨, 지디청주공장, 지디오창공장 등이다.

피부조직 이식재, 인공뼈 등을 만드는 엘앤씨바이오는 직원 50여명 중 3명이 육아를 위해 잠시 근로시간을 줄인 전환형 시간선택제 근로자다. 5년차에 들어선 ‘젊은 회사’답게 정시퇴근과 직원의 자율성도 강조해 왔다. 올해부터는 고용부 지원제도를 활용해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제도 전에는 서로 간에 육아 등을 배려해 출근, 퇴근시간을 조정했는데 제도가 도입되면서 직원과 회사 모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T서비스업 중에서도 근로가 팍팍하기로 유명한 시스템관리업을 하는 한국비투아컨설팅은 직원들의 잦은 이직에 고민을 하다 전격적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잘 구축된 인트라넷 시스템만으로도 업무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들 8개 기업을 시작으로 매월 1회 이상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 중소기업을 선정, 올해 330개 중소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면 유연근무 근로자는 1인당 월 최대 30만원(주 7만원)씩 1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재택·원격근무는 월 20만원(주 5만원)씩 1년 동안 지원받는다.

지원받고 싶은 중소기업은 일가양득 홈페이지(www.worklife.kr)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지방고용노동관서 지역협력부서에 제출하면 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