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뉴노멀 시대, 사업구조 새 ‘판’ 짠다

입력 2016-04-21 04:00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20일 서울 종로 본사 사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저성장 시대에 생존을 위한 선제적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저성장 장기화의 ‘뉴노멀(new normal)’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업체와의 과감한 제휴 및 인수·합병(M&A)을 통한 선제적 변화에 나서기로 했다. 또 중국에 배터리 제조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배터리 사업 분야와 고부가화학 분야의 시장점유율도 높여나갈 방침이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20일 서울 종로 본사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뉴노멀 시대에는 불황 때 덜 잃고, 호황 때 더 많이 버는 일류기업 만이 살아남게 된다”며 생존을 위한 선제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 저유가 영향을 받고 있는 정유·화학 업계 상황을 ‘혼돈 양상’으로 진단했다. 자원탐사·개발 부문은 유가가 떨어지면서 타격을 입은 반면 정제·유통·화학 분야는 석유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고 182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가 지난해 1조979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정 부회장은 일시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지금이 다가올 불황을 준비할 적기라고 했다.

방점은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에 찍혔다. 우선 화학 분야에서는 기존 범용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중국 상하이로 본사 기능을 이전한 SK종합화학은 기술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인수하거나 제휴를 통한 합작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개발사업은 미국의 셰일가스 등 비전통자원 자산 신규 인수 등을 통해 독립적인 석유개발 전문회사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중국 중심 투자를 지속키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부터 베이징전공·베이징자동차 등과 합작회사(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꾸려 중국 배터리 시장에 본격 진출했지만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설명이다. 환경문제 개선과 신산업 육성 등을 이유로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중국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며 올해 안으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사업 부문 김홍대 B&I 대표이사는 “현재 중국에 설치돼 있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2차전지 분리막 공장의 증설 문제도 중국 측 파트너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이런 포트폴리오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문화도 ‘속도’와 ‘유연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한 달 단위로 환경변화에 대응하던 것을 1주일 단위로 짧게 끊어 대응하는 식이다. 정 부회장은 “유가도 환율도 예전과 다르게 변동폭이 굉장히 크고 빠르다”며 “그만큼 이에 대한 대응도 신속하고 유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