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프로골프(KPGA)가 여자프로골프(KLPGA)보다 무려 한 달 반이나 늦은 21일 개막전을 시작한다. 여자 대회가 5개 치러진 사이에 남자 대회는 이제 문을 여는 셈이다.
남자골프는 이제 여자골프의 3분의1수준으로 전락했다. KPGA를 둘러싼 이권다툼과 협회의 행정 난맥상 와중에 기라성 같은 스타선수들이 외국 투어로 전부 떠나버리고, 스폰서들마저 철저히 외면하게 된 것이다.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김경태 노승열 등 출중한 스타를 배출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남자골프는 어느새 여자골프 틈새에 끼인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한 모양새다.
올해 KPGA 정규투어 대회 수는 12개. 총상금은 82억원(상금이 확정되지 않은 최경주 인터테이셔널 제외)에 불과하다. 반면 KLPGA 대회는 지난해보다 4개 는 36개로, 총상금은 212억원에 달한다. 총상금 7억원이 넘는 대회도 KPGA는 6개에 불과한 반면, KLPGA는 13개나 된다.
물론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일본에서도 매년 30개 정도 치러오던 일본프로골프투어(JGTO)가 지난해 대회가 26개로 줄었다.
그러나 골프의 본무대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여전히 남자골프가 대세다. 여자대회는 남자대회보다 대회 수에서나 상금액수에서 비교대상이 되지 못할 정도다.
우리나라 남자골프가 지금처럼 ‘절벽 끝’에 서게 된 것은 무엇보다 KPGA의 ‘무능’ 때문이다. KPGA는 2004∼2011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끌던 이후부터 회장이 4명이나 바뀌었다. 2012년에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추대해놓고는 한 달도 안 돼 내치기도 했다. 서로 협회장을 하겠다고 혈안이 된 사이에 스폰서 유치, 스타선수 관리에 손을 놓은 것이다.
심지어 ‘아시안 투어’파와 ‘원 아시아’파로 나뉘어 외국투어 공동개최 대회 나눠 먹기에 나서기도 했고, 국내 대회는 없애고 해외대회 유치에 올인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의욕을 잃은 선수들은 각종 프로암대회에서 스폰서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기업들은 남자대회를 접고 여자대회로 옮겨갔다.
일부 상위권 선수를 제외하곤 국내투어로 생계유지조차 어렵게 되자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들만 늘고 있다. 일부 선수는 골프 레슨 외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리 운전기사로 부족한 생활비를 버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17대 KPGA 회장에 선출된 양휘부 회장은 임기 중 20개로 대회수를 늘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장은 냉랭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포천의 몽베르CC에서 치러지는 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은 허인회(29·상무)가 군인 신분으로 사상 최초 대회 2연패를 달성할지가 관심사다. 군 복무로 인해 2년 간 투어를 떠났던 통산 9승의 강경남(33)과의 ‘현역 대 예비역’ 맞대결도 볼 만하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男골프 시장, 여자 3분의 1 수준 추락
입력 2016-04-20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