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을 장애 아들 위해 눈물 흘리는 대신 엄마는 특별한 일을 했다

입력 2016-04-21 19:13
‘내가 없으면 이 아이는 어떻게 살까.’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유준경(41·용인 향상교회) 작가는 이 물음 앞에 언제까지 울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다짐했다. 그는 최근 발간한 도서 ‘버들부인과 아들’에서 장애 아이를 품으며 치열하게 살아온 엄마들의 눈물을 알리고, 홀로 남겨질 아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유 작가의 삶과 많이 닮았다. 유 작가도 ‘버들부인’처럼 아픈 아들 때문에 지치고 의기소침할 때가 있었다. 첫 아들 준구는 돌을 맞기도 전에 경기를 일으키며 뇌 손상을 입어 지적발달 장애를 얻었다. 처음엔 아들의 경기가 멈추길 바라며 주문을 외듯 맹목적으로 ‘정상’이 되길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유 작가의 머리를 쳤다. ‘정상이 뭐지?’ 눈을 돌려 세상을 바라보니 정상이거나 완벽하다고 할 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사람에겐 다 ‘가시’가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가시를 마음으로 품고 그 자체를 인정하니 생명이 보였다.

강한 것을 좋아했던 유 작가는 아들을 통해 연약한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등 삶의 가치관도 변화됐다. 아들 덕분에 하나님 나라를 보게 된 것이다. 유 작가에 있어 준구는 ‘축복의 통로’다.

책에서 버들부인은 아들에게 오두막 오는 방법을 가르친다. “빵집 지나 정육점, 정육점 지나 언덕, 언덕 위의 오두막.” 나이가 들어서도 아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오두막을 향하는 길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버들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말이다.

유 작가 역시 엄마로서 갖는 최종 목표는 아들이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직 훈련해야 할 게 많지만 언젠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하게 되는 날이 오길 꿈꾼다. 20일 장애인의 날에 즈음해 주위의 연약한 자들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