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생활 마감 후 매년 장학금 전달… 생전의 남편 뜻 받들어 2억 기탁

입력 2016-04-20 22:08
60대 할머니가 사별한 남편의 뜻을 이어 거액의 장학금을 내놨다.

20일 충북 청주 상당고등학교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류덕희(69)씨는 지난달 2일 남편 고 최광수씨가 마지막으로 교편을 잡았던 상당고에 2억원을 기탁했다.

1998년 2월 상당고에서 교직생활을 마감한 최씨는 그해부터 이 학교에 매년 1000만원의 장학금을 내놨다. 장학금은 퇴직금 이자와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하며 받은 돈으로 마련했다. 최씨는 파킨슨병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한 전인 2008년까지 매년 장학금 기탁을 이어왔다. 최씨가 11년 동안 이 학교에 기탁한 금액만 1억1000만원에 달했다.

2011년 7월 병마와 싸우던 최씨가 세상을 떠나자 아내 류씨도 같은 해 9월부터 남편의 뜻을 이어 매달 120만원의 장학금을 상당고에 전달했다. 지금까지 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220명에 이른다. 류씨는 앞으로도 매달 장학금을 기탁할 예정이다.

류씨는 “자신이 죽은 후에도 장학금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고민 끝에 2억원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최씨의 이름을 따서 최광수 장학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상당고 관계자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서울의 한 실버타운에 사시는 류씨를 찾았는데 늘 허름한 옷을 입고 계셨다”며 “두 분의 뜻을 받들어 어려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