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가 있는 변호사 12명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존 로버츠(사진) 미국 대법원장이 손으로 말했다. “여러분의 (대법원 변론) 신청이 승인됐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로버츠 대법원장이 대법원 출입 승인식에서 청각장애 변호사를 위해 수화로 대화했다고 보도했다. 대법원 변론 자격을 얻는다는 것은 변호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미리 전할 내용을 수화로 익혔다. 재판석에서 대법관이 수화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청각장애·난청 변호사협회(DHHBA) 소속 변호사가 대법원 출입 선서식에 참석한 것도 처음이다. 협회 소속으로 뉴욕에서 일하는 테레사 커틴 변호사는 “일을 시작한 1988년에는 청각장애 변호사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250명이나 된다”며 “이번 행사는 장애인도 마음껏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 변호사들은 대법원 의견 제시와 변론에도 직접 참여했다. 수화 통역사가 2명 배정됐지만 실시간 법정 의사록을 보여주는 모바일 기기를 특별히 이용했다. 어내트 메이털 DHHBA 회장은 “대법원 문턱이 아직 높지만 많은 청각장애 변호사가 하급심 연방법원과 주법원에서 변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청각장애 변호인 위해 美 대법원장 수화대화
입력 2016-04-20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