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규모 6.5 이상 지진이 날 수 없어요. 국민 입장에서는 축복이지만 지진학자 입장에선 할 일이 없을 정도죠.”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내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응력(應力)이고 다른 하나는 최소 수십㎞ 이상의 단층이다. 응력은 외부 힘에 따라 내부에 쌓이는 저항력이다. 응력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그 폭발력으로 지진이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땅 밑에는 응력이 쌓여 있지 않다. 중국의 거대 단층인 ‘탄루단층대’가 인도판, 유라시아판 등에서 가해지는 힘을 흡수하고 우리나라에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탄루단층이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에는 수십㎞ 이상의 단층도 존재하지 않는다. 10㎞ 이상의 단층이 있을 때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가능하다. 규모 8.0 지진은 100㎞ 이상, 규모 9.0은 수백㎞의 단층이 있어야 한다. 지 센터장은 “우리나라 주요 단층은 수㎞ 수준”이라면서 “근본적으로 큰 지진이 날 환경이 갖춰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큰 지진은 주로 중국 탄루단층과 일본 내륙 활성단층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1978년 9월 속리산 지진(규모 5.2)은 75년 2월과 76년 7월 중국에서 일어난 지진의 후속이었다. 2007년 1월 오대산 지진(규모 4.8)도 2005년 3월 후쿠오카 지진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최근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국내에서도 수년 안에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지 센터장은 내다봤다. 하지만 규모는 최대 5.5 수준이다. 지 센터장은 “실제로는 최대 규모 5.0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피해는 구조물에 금이 간다든가 물건이 떨어지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은 주의가 요구된다.
지 센터장은 백두산에서 화산 폭발은 “1만5000∼2만5000년 뒤의 일이므로 안심하고 여행가도 괜찮다”고 말했다. 마그마가 굉장히 천천히 공급되는 구조여서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도 일축했다. 필요조건 중 하나가 규모 7.0 강도의 핵실험인데 이는 최근 북한 핵실험의 200배 규모다. 지 센터장은 “실험하는 사람부터 다 죽는데 그렇게 하겠느냐”고 했다. 동해 지진해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본부터 덮치고 우리나라로 오므로 최악의 경우에도 1시간30분 정도 대비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한반도 대지진 발생할 환경 아니다”… 지질자원硏 지진연구센터장 브리핑
입력 2016-04-20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