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트럼프 뉴욕 완승… 탄력 받은 대세론

입력 2016-04-21 04:10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뉴욕주 경선에서 승리한 뒤 열린 유세에서 활짝 웃으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19일(현지시간) 뉴욕주 경선이 끝난 뒤 승리연설을 하기 위해 유세장에 등장하면서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오른쪽). AP뉴시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뉴욕 경선에서 승리했다. ‘경선의 분수령’ 뉴욕에서 승리한 두 사람은 선두주자 입지를 굳혔다.

19일(현지시간) 치러진 민주당 뉴욕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클린턴은 57.9%의 득표율(개표율 98% 기준)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42.1%)을 크게 따돌렸다. 클린턴은 대의원 1930명을 확보해 대선후보 지명조건(대의원 2383명 이상)의 8부 능선을 넘었다. 클린턴은 승리가 확정되자 “후보 지명전이 끝나간다”며 “승리가 눈에 보인다”고 기염을 토했다. 샌더스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경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는 공화당 뉴욕 프라이머리에서 60.5%의 득표율로 2위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25.1%)를 압도했다. 공화당 주류가 트럼프의 대항마로 밀고 있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14.5%에 그쳤다. 트럼프는 뉴욕 대의원 95명 중 89명을 확보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누적대의원은 847명으로 대선 후보에 지명되기 위한 매직넘버(1237명)의 68.5%를 손에 넣었다.

◇클린턴, 대세론 살렸지만 전국 격차 좁혀져=클린턴은 최근 7개 지역 경선에서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지만 대의원 186명이 걸린 대형 주 뉴욕의 승리로 대세론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클린턴의 대세론은 ABC방송의 출구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조사에 응한 민주당원의 70%는 클린턴이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원 3명 중 2명은 본선에서 트럼프를 상대할 경우 샌더스보다 클린턴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클린턴이 뉴욕에서 승리하기까지 가장 큰 힘은 흑인과 히스패닉의 압도적 지지였다. ABC방송 출구조사 결과 뉴욕 민주당원 중 흑인의 75%, 히스패닉의 대다수가 클린턴에게 표를 던졌다.

클린턴은 그러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샌더스와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동으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의 지지율은 50%로 샌더스(48%)와의 격차가 2% 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달 3∼6일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두 사람의 격차가 9% 포인트(클린턴 53%, 샌더스 44%)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클린턴은 신뢰도에서 샌더스에 뒤졌다. 뉴욕 민주당원의 80%는 샌더스를 신뢰할 만한 후보라고 생각했다. 반면 클린턴을 신뢰할 만한 후보로 꼽은 당원은 60%에 그쳤다.

◇트럼프, 전당대회 전에 과반 확보하나=트럼프는 예상을 뛰어넘는 뉴욕의 대승으로 남은 선거에 탄력이 붙었다. 관심은 트럼프가 7월 전당대회 전까지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느냐이다. 트럼프가 과반을 확보하면 공화당 대선 후보직은 당연히 그의 것이 된다.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당대회에서 재투표를 해야 한다. 트럼프를 배제하려는 당 지도부와의 일전이 불가피하다.

여론은 트럼프에게 우호적이다. ABC방송의 출구조사에 응한 공화당원의 70%는 경선에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최다 득표자가 대선후보가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당대회에서 다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은 25%에 불과했다.

CNN 출구조사 결과 뉴욕의 공화당원 중 64%는 ‘아웃사이더’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공화당 경선 후보 중 살아남은 아웃사이더는 트럼프뿐이다.

NBC·WSJ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전국 단위 지지율은 40%로 2위 크루즈(35%)를 5% 포인트 앞섰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크루즈의 지지율 격차는 평균 9% 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표 공약인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를 지지하는 뉴욕 공화당원은 60%에 달했다.

크루즈의 참패는 유권자 구성이 불리했기 때문이다. 크루즈는 보수적인 공화당원과 복음주의 기독교인에게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뉴욕 경선에 참여한 공화당원 중 스스로 ‘보수’라고 밝힌 유권자는 20%에 불과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25%에 그쳤다. 크루즈가 승리한 위스콘신에서는 보수성향 유권자 비율이 30%, 복음주의 기독교인 비율이 42%였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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