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자 사망사고로 44년만에 작업 중단한 현대重

입력 2016-04-20 17:37
현대중공업은 20일 작업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대대적인 현장 점검과 전 사원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었다. 현대중공업이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작업을 전면 중단한 것은 1972년 창사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잇따라 터진 산재 사고를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만 근로자 5명이 작업 도중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다시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수립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본부의 성과평가 하향조정·임원문책·협력업체 계약해지, 안전에 대한 감사와 징벌권 강화, 사업본부 부서별로 안전책임자 임명 등 대책을 발표했다.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서는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회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사내하청지회, 금속노조 울산지부가 “무리한 공정과 과도한 경쟁 등으로 인해 산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 것도 일리 있는 지적이다. 도장공장에 설치된 전등 100개 중 27개가 고장 난 어두운 상태에서 작업을 하거나 2인 1조 작업을 혼자서 하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인원 감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근로자들이 열악한 작업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측은 말로만 안전사고 방지를 강조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내 조선업 종사자 가운데 협력업체 근로자는 62%에 달한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원청업체 2명, 협력업체 3명이었다. 협력업체 근로자가 더 많은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사망사고의 외주화’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에 근로감독관을 상주시키고 2주일가량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사후약방문 식의 대응이 아닐 수 없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현대중공업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정밀하게 점검 또는 수사해야 한다. 노사는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고 안전의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