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취임 100일을 맞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평가는 냉랭하다. 재임 기간이 선거 국면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성과도 존재감도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위기를 돌파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차갑게 식은 성장엔진을 재가동할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취임 당시부터 의외라는 평가였다. 9개월의 짧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유일한 관료 경력인 데다 재정과 금융 분야 경험이 거의 없는 조세 전문가여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직전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실세 장관으로서 다양한 경기 부양책 등을 쏟아낸 것과 크게 비교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세간의 전망대로 그는 ‘유일호표’ 경제정책을 보여주는 것은 고사하고 여당 쪽에 휘둘리거나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취임 당시 강조했던 일자리, 수출, 구조개혁은 현재 성과가 지지부진하거나 더 악화됐다.
문제는 앞으로의 사정이 더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됨에 따라 정부의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4대 구조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움직임마저 나타나는 등 설상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부총리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거대 야당과의 적극적인 소통이다. 출근을 청사 집무실이 아닌 서울 여의도 국회로 한다는 각오로 늘 대화하며 이해를 구해야 한다.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구실만 대고 스킨십에 소홀했던 그동안의 자세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핵심 현안인 한계기업 구조조정 문제만 해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 부총리는 한국경제 회생 여부가 자신의 손에 달렸다는 옹골찬 각오로 난제를 풀어나가야겠다.
[사설] ‘유일호표’ 경제정책 있기는 한가
입력 2016-04-20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