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당 혼선 지속되면 국민 신뢰 잃을 것

입력 2016-04-20 17:38
4·13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을 38석의 원내 3당으로 만들고,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높은 정당지지율을 준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새누리당과 더민주로 갈라진 정치권에서 중심을 잡아 일하는 국회가 되도록 해 달라는 의미가 가장 컸다. 두 거대 정당은 19대 국회 내내 으르렁거리며 민생과 국익보다는 당리당략에 매몰됐던 게 사실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창당 기치로 새누리당과 더민주 양당의 기득권 정치체제 청산을 들었을 때 많은 국민들이 호응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한마디로 민생을 우선하는 정치를 원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당선증에 찍힌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국민의당이 보이는 행태는 이 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받들기는커녕 점령군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천정배 공동대표의 ‘이명박·박근혜정부 청문회’ 주장이 대표적이다. 천 대표 말대로 청문회가 추진된다면 20대 국회는 시작부터 뭐가 되겠는가. 청문회를 둘러싼 대립으로 인해 정치권은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아노미 상황에 빠져들 게 뻔하다.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표출됐다고 하지만 새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제3당 대표의 발상 자체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안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2017년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 원내대표가 단박에 ‘무시’한 것도 혼란스럽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20일 라디오에 출연해 “당론이냐”고 묻자 “안 대표 개인적인 생각이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 결선투표제는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등 후보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를 하자는 것으로, 내년 대선에서 불거질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를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야권통합에 신물이 난 상당수 유권자들이 안 대표의 이 공약을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지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논의도 하기 전에 내부에서 ‘사견’으로 치부된 셈이다.

민주정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평당원도 아니고 당 지도부라면 얘기가 다르다. 비공개 회의에선 치열한 논쟁을 벌이더라도 국민들에게 내놓는 자리에서는 정치(精緻)되고, 일관(一貫)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고 지지자들은 더욱 믿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안 대표가 이날 “19대 국회 마지막 회의에서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정치권이) 합의해야 한다. 민생이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이 말에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국민의당이 가야 할 방향이 담겼다. 국민의당은 원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됐다고 오만에 빠지지 말고 오직 민생만 바라보겠다는 초심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