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 쳤다하면 초대형, ‘Park’ 힘은 허리+골반… 박병호, 밀워키전 이틀연속 홈런포

입력 2016-04-21 04:02
“치면 무조건 (관중석) 2층이다.”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30)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리자 트윈스의 경기장 아나운서는 ‘와우(Wow)’라는 감탄사와 함께 이런 말을 했다. 8회말 2-5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상대 우완투수 타일러 손버그의 초구 커브를 그대로 좌측 스탠드 2층으로 꽂은 것이다. 비거리 126m. 박병호의 4호 홈런이자, 전날에 이은 연속 경기 홈런이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박병호의 올 시즌 홈런 평균 비거리는 132m에 달했다. 전체 메이저리그 타자들 가운데 1위다. 홈런의 방향도 좌·우·중간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스프레이 뿌리듯 초대형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괴력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힘이다.

미네소타 구단은 박병호의 별명을 ‘파크 뱅(Park Bang)’으로 지었다. 그의 성을 딴 파크와 엄청난 힘을 나타내는 뱅이란 단어를 조합한 것이다. 말 그대로 야구장(Park)을 초토화(Bang)하고 있는 것이다.

아메리칸리그에서 박병호보다 홈런을 많이 친 선수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로빈슨 카노 등 4명이다. 그들과 박병호의 홈런 차이는 단 한 개에 불과하다.

전통적으로 미네소타는 거포 부재에 시달렸다. 특히 타겟필드로 홈구장을 옮긴 2010년 이후 현재까지 팀 홈런 수가 811개로 아메리칸리그에서 캔자스시티(727개)에 이어 끝에서 두 번째다. 팀 역사상 4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가 하먼 킬러브루 단 한명 뿐이다. 1964년과 1969년에 그가 친 49홈런이 미네소타 선수 최고기록이다. 이제 미네소타는 킬러브루 이후 40홈런 이상을 터트릴 선수로 박병호를 주목하고 있다. 현재 홈런 페이스(경기당 0.3개)대로 간다면 박병호는 올 시즌 총 48개의 홈런을 생산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미네소타 구단의 트위터에는 “박병호가 또 해냈다”는 글이 떠 있었다. 폴 몰리터 감독은 “야구에 대한 지능이 뛰어나고 이 부분이 그의 강점”이라며 “박병호의 스윙이 타구에 맞아 들어가는 순간을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고 칭찬했다.

친정팀 넥센 염경엽 감독은 “새로운 리그에서 시즌 초에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빠른 공 적응만 마치면 박병호의 장점은 더 자주 발휘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런 상상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병호의 타구 질이 리그 최상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타구 속도와 비거리, 각도 등을 재는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박병호의 라인드라이브와 플라이볼 타구 평균속도는 시속 162㎞(100마일)에 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박병호보다 빠른 타구속도를 가진 타자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강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101마일) 한 명 뿐이었다. 박병호는 홈런 타구 각도도 31.32도로, 타자가 공을 가장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는 각도(30도)와 거의 일치한다.

이런 괴력을 발휘하지만 박병호의 신체는 빅리그 선수들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다. 키 185.4㎝, 체중 101㎏이다. 그런데 시쳇말로 공을 톡 건드려도 엄청난 비거리로 날아간다. 이는 신체의 중심이 되는 허리와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코어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허리 회전력이 중심이 되는 파워와 배팅 스피드를 높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박병호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 공에 힘을 온전히 싣고 있다. 또 자신의 약점을 고치는 피나는 노력도 감내했다.

넥센 시절 그를 홈런왕으로 이끈 박흥식 KIA 타격코치는 “박병호가 원래 몸쪽에 약점이 있었다. 타격시 임팩트 상황에서 왼쪽 팔꿈치가 들리며 배트 끝이 아래로 떨어졌다”며 “그래서 임팩트 순간까지 양쪽 겨드랑이를 붙여 배트와 삼각형 모양을 이루도록 지도했다”고 소개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