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거듭 핵실험 징후를 내비치면서 한·미·일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차기 핵실험을 통해 무기화를 공언할 것이 뻔해 이에 상응하는 대응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어서다. 연내 두 차례 핵실험 전례가 없었던 만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는 전례 없는 고강도 긴장국면에 접어들게 될 전망이다.
포문은 미국이 열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 청문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할 경우 한·미·일이 ‘방어적 조치(defense-related measures)’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재 효과가 필요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약 투여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어적 조치’는 통상 미 당국자들이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를 언급할 때 써왔던 표현이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단순히 한·미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뿐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전략과 맞물린 군사적 대응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북한의 추가 핵실험 형태를 봐야 하겠지만 어느 정도 핵무기에 근접했다고 봐야 한다”며 “군사적 옵션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마지노선을 경고한 뒤 이를 어길 경우 상응하는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구체적으로 한반도는 물론 일본, 괌의 미군기지에 F-22 등 전략자산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군사적 대북 압박 수위를 올리기 위해서다. 러셀 차관보가 한·미·일의 공동 대응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만 관련 시설 폭격 등 직접적, 물리적 타격까지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무장에 따른 남측의 안보 불안감과 대북 적대심리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한국은 안보를 위해 스스로 핵무장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련국들은 이를 공식화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러셀 차관보의 발언은 강력한 추가 조치를 의미한 것일 뿐”이라고 했고, 외교부 관계자도 “구체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이란 취지는 아니다”고 부연했다.
강준구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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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20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