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대 탈세 혐의 부영 이중근 회장 수사

입력 2016-04-19 21:47

검찰이 재계 서열 21위인 부영그룹 이중근(75·사진) 회장의 수십억원대 조세 포탈 혐의를 수사한다. 2004년 구속 수감된 전력이 있는 이 회장은 12년 만에 다시 검찰에 불려 나올 처지에 놓였다.

국세청은 지난 18일 이 회장과 부영주택 법인을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일 수사 주체 부서를 정해 배당할 예정이다. 조세 사건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사안의 성격이나 업무 분담 등을 감안해 특수부가 나설 수도 있다.

앞서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부영주택이 법인세 수십억원을 포탈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국세청이 추산하고 있는 추징금 규모는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세청 고발 자료 등을 분석한 뒤 임직원 소환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등 추가 단서가 발견되면 경영비리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주변에서는 국세청 고발 건과는 별개로 검찰이 부영 관련 내사 자료를 모아 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영 측이 해외법인을 동원해 역외탈세 범죄를 저질렀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대선자금 수사 때인 2004년 4월 회삿돈 270억원을 횡령하고 조세 74억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었다.

1983년 설립된 부영은 임대주택 사업을 발판으로 사세를 키웠다. 지난 1월 기준으로 전국 335개 단지에서 약 26만4000가구를 공급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12위에 올랐다. 최근 삼성생명 본관 사옥을 5000억원대에 사들여 관심을 받았다. 부영, 동과주택산업, 광영토건, 대화도시가스 등 1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상장기업은 없다.

부영 측은 “세무조사를 받기는 했지만 추징금 규모나 검찰 고발 등에 대해 국세청으로부터 통보받은 바 없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