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쳐모여”… 새누리 계파 분화시대

입력 2016-04-19 21:35
새누리당에서 계파 이탈과 분화 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총선 참패 후 당 쇄신을 명분 삼아 계파를 초월한 모임이 속속 등장하면서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에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져 차기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이후엔 여당 내 주류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당선인 세력 분포를 보면 3선 이상은 비박(비박근혜), 초·재선은 친박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친박 중진은 8선이 된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5선의 원유철 이주영 정갑윤, 4선의 유기준 최경환 홍문종 의원 정도다. 이정현 조원진 의원 등이 3선으로 뒤를 받치고 있다.

비박은 6선에 성공한 김무성 의원과 정병국 심재철 의원(이상 5선), 김재경 나경원 이군현 의원(이상 4선) 등이 중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3선으로 내려가면 권성동 김영우 김용태 김성태 김세연 김학용 황영철 의원 등 폭이 훨씬 넓다. 선거 참패 원인으로 공천 파문이 지목되고 친박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 당장은 비박계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당에선 이학재 의원의 ‘변신’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대표적 친박 인사다. 그랬던 그가 원유철 비대위원장 추대 반대 기자회견을 주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계기로 뭉친 이들은 당 혁신 모임도 구성하기로 한 상태다. 혁신 모임엔 김무성 전 대표 측근인 김영우 의원과 친유승민계인 김세연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 의원은 19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친박이기 때문에 원유철 비대위 체제를 인정해야 하고 친박이 아니면 반대해야 된다는 이런 진영논리, 계파싸움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상한 각오로 새 출발 하기 위한 ‘탈(脫)계파’ 모임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저는 뼛속까지 친박이고 상황이 변한다고 해도 끝내 친박일 것”이라고 했지만 당내에선 ‘탈박’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2011년 말 ‘박근혜 비대위’ 멤버이자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주광덕 당선인도 동참했다. 당 관계자는 “쇄신 논의가 구체화되면 인물과 방법론을 놓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면서 계파도 세분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의 막이 오르면 상대 진영과의 전략적 제휴 움직임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