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유 부총리와 한국경제의 지난 100일간의 허니문은 달콤하지 않았다. 유 부총리가 100일간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을 모두 집계해 워드클라우드(빈도에 따라 단어 크기를 달리해 시각화하는 기법) 방식으로 구성해보니 경제와 일자리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그 다음이 수출, 정부, 기업 순이었다.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고, 수출 부진은 장기화되는 등 유 부총리가 강조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경제는 움직였다. 이번 분석에는 유 부총리 취임 이후 경제관계장관회의, 현장 방문 간담회 등 공식 행사에서 나온 발언 자료 29건을 활용했다.
◇경제(156회)=유일호 경제팀의 핵심 과제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다. 유 부총리는 박근혜정부 1, 2기 경제팀이 미뤄놓은 구조개혁을 실천해야 하는 과제를 떠맡았다. 그러나 4·13총선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은 뒤로 미뤄졌고,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지면서 정부 주도 구조개혁은 더욱 힘들어졌다. 경제 전망은 암울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올 한국 성장률을 2.7%로 발표했다.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2% 포인트 낮아졌고, 각종 민간 기관들도 대부분 2%대로 낮춰 잡았다.
◇일자리(111회)=유 장관은 취임 이후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이 3기 경제팀의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지표는 악화일로다. 지난달 청년실업률(15∼29세)은 11.8%를 기록해 3월 수치로는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는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을 다음주 중 발표할 예정이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수출(89회)=유 부총리가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는 수출이다. 취임 이틀째인 1월 15일 경기도 평택의 수출 현장을 방문하는 등 수출을 챙기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 물량은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수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7% 줄었다.
◇지원(66회)·노력(64회)=유 부총리는 취임 이후 총 12차례 산업 현장을 찾았다. 그는 현장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수십번 반복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 그의 노력과 지원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박하다.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 않아 존재감이 없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총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존재감이 너무 없었다”고 말했다.
세종=글·그래픽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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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100일 ‘말≠성과’
입력 2016-04-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