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100일인 21일로 허니문 기간이 끝난다.
취임 후 ‘무색무취’ 행보로 안팎의 질타를 받았던 유 부총리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잖다.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데 4·13총선에선 여당인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든든한 뒷배를 잃었다.
경제지표 역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은 중국과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악화 등 하방 리스크로 올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8%로 내렸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국내 민간연구소도 잇따라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어려운 정치·경제적 여건에서 유 부총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경제전문가들이 이념과 성향을 떠나 한목소리로 요청한 것은 두 가지다. 구조조정과 대화다. 경제적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주요 과제부터 충실히 이행하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면서 선결 과제로 구조조정을 꼽았고,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부장은 “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구조조정뿐”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이 구조조정을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한국경제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꼭 필요하다. 더구나 국회 동의가 필요 없어 곧바로 추진할 수 있다.
유 부총리에게 구조조정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1997년 기아차 구조조정 당시 국민기업이라며 1년간 시간을 끌었다”면서 “사활이 걸린 사안인 만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투자 자산전략팀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유 부총리가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현대상선 등 특정 기업을 언급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직자가 특정 종목, 특정 산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본다”며 “시장왜곡을 불러올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김형렬 매크로팀장은 “경제활동 주체들에게 저성장, 중국 리스크 등 공포심리를 자극해 무조건 정부 정책을 받아들이라는 식의 채찍질만 하지 말고 세금 유예나 면세 혜택 등의 당근책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을 포함해 앞으로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대화를 앞세운 ‘협의의 정치’를 할 것을 기대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그동안 국회를 설득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100점짜리 개혁이 안 되면 한발 물러서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취임 100일 맞은 유일호號 앞으로의 과제는… “어려운 정치·경제 여건 속 구조조정·대화 절실”
입력 2016-04-19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