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학내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성영 총장서리 선출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일부 학생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사회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두 차례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서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습니다.
한신대 총학생회는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학생 40명을 집단 고소한 이사회와 학교 당국을 규탄하고, 고소 취하를 요구했습니다. 이사들을 선출한 기장 총회가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발단은 지난달 31일 이사회의 총장 선출 회의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총장 직선제를 주장하며 총장후보자 선출투표를 했던 학생들은 이사회 결정에 항의해 회의실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후보자 선출투표 결과 3위였던 강성영 교수가 총장으로 선출된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사회는 총장 선출이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4명의 재단 이사가 학생 40여명에 의해 20시간 동안 회의실에 감금당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사 2명은 쇼크로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이사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이사들을 한 사람씩 일으켜 세워 자기소개를 강요하고, 그 앞에서 치킨을 시켜 먹는 등 모욕적인 언행이 난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사회가 ‘고소 취하는 없다’며 강경한 기류를 보이는 것은 당시 현장에서 받은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면 학생들은 평화적으로 대화를 요구했을 뿐인데 이사회가 경찰에 신고하는 등 공권력을 끌어들였다고 비판합니다. 당시 감사 한 명이 학생을 밀치고 머리채를 잡는 등 폭력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지난 15일에도 비슷한 장면이 재연됐습니다. 제76주년 개교기념일 기념식을 마치고 채플실 밖으로 나온 이사진을 향해 학생들이 대화를 요구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이극래 이사장은 학교 직원에게 업혀 옮겨졌고, 학생 한 명도 넘어져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한신대 총동문회는 성명서를 내고 소통을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케케묵은 학내 갈등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사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정의를 외쳤던 한신대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는 한탄의 목소리가 학교 안팎에서 들립니다. 한국 사회 민주화에 앞장섰던 한신대가 이번 일을 어떻게 풀어낼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저마다 외치는 ‘기장 정신’ 회복의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미션쿡] 꼬이는 한신대 사태… ‘기장 정신’회복이 답
입력 2016-04-19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