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당대회 ‘초라한 잔치’ 예상… 믿는 건 핵실험뿐

입력 2016-04-19 22:03
임성남 외교부 1차관(가운데)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등 한·미·일 3국 외교차관이 19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제3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다음달 초 예정된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는 외빈 초청이나 대규모 동원 행사 없이 ‘그들만의 잔치’로 치러질 전망이다. 36년 전 6차 당 대회 때와는 달리 사회주의 동맹국 블록이 와해된 데다 유엔 대북제재까지 겹쳐 외교적 고립국면을 자초한 탓이다.

여기에 경제난까지 심해지면서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체제’ 확립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던 북한이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 있다. ‘전가의 보도’인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9일 북한의 당 대회 준비 동향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회주의 국가 최대·최고의 행사임에도 “대규모 군중시위나 집단체조를 준비하는 정황도 없다”고 덧붙였다. 제재 국면과 경제 악화 등이 맞물려 주민들의 불안·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사상단결과 ‘70일 전투’ 등 과시용 노력 동원 이상의 압박을 무리해서 가하기는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외 행보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영철(통일전선부장 겸 당비서) 등이 라오스와 같은 동남아 우방국을 방문했으나 뚜렷한 당 대회 초청외교 동향이 파악되고 있지 않다”면서 “핵실험 이후 제재 국면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축소된 데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섣불리 초청했다가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거부당하는 계면쩍은 상황에 처할까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1980년 6차 당 대회 당시에는 118개국에서 177개 대표단이 참석했었다.

집권 5년차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잇단 숙청을 통해 당과 군을 장악하면서 권력을 손에 쥐었다. 이번 당 대회에선 김 제1비서를 명실공히 김일성·김정일 선대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 우상화 작업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를 위해 “과거 폐지됐던 지위를 부활하거나 별도 직위를 신설해 김 제1비서의 권한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최근 들어 ‘김정은 강성대국’이란 신조어가 등장하고 ‘김정은 조선’ ‘김정은 태양상’ 등 우상화 단어가 빈번하게 사용되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야심차게 내세운 ‘핵·경제 병진노선’이 제재 국면 탓에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악화일로인 경제난 탓에 내부경제의 건재를 강변한 ‘자력갱생’이나 ‘자강력제일주의’ 구호는 이미 속 빈 강정으로 전락했다. 따라서 마지막 카드인 핵 실험을 꺼내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 시점에서 김 제1비서가 선택 가능한 ‘업적’은 핵실험밖에 남아 있지 않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은 이미 김정은의 (핵실험) 지시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25일 인민군 창건일 또는 다음 달 1일 노동절, 당 대회 직전 등 시점의 문제일 뿐이란 예측도 나온다. 교도통신도 전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다음 달 당 대회 이전에 5차 핵실험을 단행할 것임을 사실상 러시아에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도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북쪽 갱도입구 부근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핵실험이 “느린 준비과정을 거친 전격 강행이라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