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6.5의 강진으로 시작된 연쇄 강진이 닷새째인 일본 구마모토에서는 실종자 수색과 복구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구조 적기를 의미하는 ‘골든타임’이 경과하면서 생존자 구조에 대한 희망은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19일 NHK방송에 따르면 수색이 진행되면서 시신 3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희생자는 45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로 분류된 8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 특히 재해로 무너진 건물에 고립된 피해자가 생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 72시간이 지나면서 구조현장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995년 고베 지역을 강타한 한신대지진 당시에도 실종됐던 생존자의 90%는 72시간 안에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지진의 여파로 구마모토 곳곳은 폐허가 됐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싹은 피어나고 있다. 각지에서 전달된 구호물자가 일손 부족으로 피난민에게 전달되지 않자 구마모토 현지 대학생이 중심이 된 ‘구마모토 지원팀’이 나섰다. 이들은 트럭 5대 분량 식량을 지진 피해가 가장 큰 미나미아소 마을에 전달했다. 폐쇄됐던 구마모토 공항도 4일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지진으로 청사 일부가 파괴돼 도착 항공편만 이용할 수 있지만 재난을 맞은 고향을 찾으려는 도쿄 등 대도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피난민의 고충은 계속되고 있다. 추가 여진 우려로 좁은 차에서 생활하는 피난민 가운데 ‘이코노미 증후군’(좁은 공간에 오래 앉아 있을 경우 생기는 심신 불안정 상태)으로 인한 사망자도 발생했다. 니시니혼신문은 전날 51세 여성이 폐혈관에 혈전이 생기는 ‘폐색전증’으로 숨졌으며, 이코노미 증후군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21명이나 된다고 전했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 14일 밤 규모 6.5의 강진 발생 이후 지금까지 610회 이상의 여진이 관측됐으며, 향후 1주일 정도는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규모 7.8의 강진을 맞은 에콰도르에도 남미나 유럽에서 구조인력들이 속속 입국하며 수색·구조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진 발생 사흘째인 18일 오후(현지시간)까지 최소 41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남은 실종자도 230여명에 달해 희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태평양 연안도시 만타의 무너진 쇼핑몰 잔해 속에서 한 여성이 지진 발생 32시간 만에 구조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여진 공포 속에 꺼져가는 구조 희망
입력 2016-04-19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