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민주당·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경선 주자가 ‘자유무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인기몰이를 하는 데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중국과의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경선 1위를 달리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했다며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보다 자유로운 국제무역이 미국 경제에 이롭다고 수십년간 주장해 왔다.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은 18일(현지시간)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 적어도 중국과의 무역에서만큼은 경제학 교과서가 맞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수년간 무역이 미국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오터 교수는 수백만개의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근래 사라진 데는 무역뿐 아니라 공장자동화와 로봇 등 기술발전이 큰 작용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다르다.
오터 교수에 따르면 2000∼20007년 중국과 무역으로 미국 제조업 일자리 100만개가 감소했다. 이는 기술과 자동화, 생산성 향상 등에 따른 일자리 감소분을 제외한 것이다. 오터 교수는 “저임금 노동력을 동원한 중국의 성장은 그 규모 면에서 세계사적 사건”이라면서 “대중 무역에 따른 이익은 분산되는 반면 해악은 블루칼라 노동자에 집중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논쟁의 초점이 ‘FTA 때리기’보다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모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美 제조업 일자리 100만개 中 저임금 노동 탓에 사라져
입력 2016-04-19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