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쇼핑몰마다 쓰는 ‘페이’ 제한… “간편결제 아닌 불편결제”
입력 2016-04-20 04:05
직장인 A씨는 스마트폰에 여러 개의 간편결제 앱을 설치해 쓰고 있다. 삼성페이를 쓰기 위해 지난해 갤럭시S6 엣지를 구입한 그는 이마트에선 SSG페이를 쓴다. 인터넷 쇼핑을 위해 쓰는 간편결제도 여러 개다. A씨는 “가장 싼 가격을 검색해 쇼핑하다보면 쇼핑몰마다 쓸 수 있는 간편결제가 달라 이것저것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 유통업체, 인터넷업체, 금융권을 망라하고 너도나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간편결제 서비스는 사용처가 제한적이다. 신용카드처럼 하나만 있으면 모든 곳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보니 간편결제 확산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기술 적응이 빠른 젊은층은 여러 개의 간편결제를 쓰지만 이를 어려워하는 중장년층에게는 간편결제로의 진입을 꺼리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 간편결제가 늘어난 것은 정부의 규제로 결제 서비스 문턱이 낮아진 것이 원인이다. 예전에는 카드사만 카드 정보를 보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결제를 대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도 카드 정보를 보유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면서 자격 요건만 갖추면 간편결제를 쉽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 방식은 대부분 비슷하다. 기술적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느냐가 서비스 확산에 결정적 요인이다. 이 과정에서 주도권 경쟁을 위해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는 신세계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없다. 삼성페이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기술을 이용해 기존 신용카드 결제기에서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 곳은 모두 삼성페이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세계는 삼성페이 사용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는 대형마트 1위 이마트, 가장 인기 있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가장 사용 접근성이 높은 곳에서 삼성페이를 쓸 수 없는 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신세계가 삼성페이 진입을 막는 것은 자사의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계열사를 중심으로 SSG페이가 빠르게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는 외부 서비스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마트가 현대카드와 제휴해 내놓은 ‘이마트 e카드’는 삼성페이에서 쓸 수 없도록 했다. 신세계포인트 멤버십 카드는 삼성페이에 아예 등록이 안 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몰도 신세계몰에서 G마켓으로 변경했다. 호텔신라, 에버랜드 등 삼성 계열사는 신세계상품권을 받지 않는다. 범삼성가인 삼성전자와 신세계가 간편결제 주도권을 두고 다투는 모양새로 비치는 상황이다.
유통업체들은 자사의 간편결제만 쓰도록 해 사용자를 가둬두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에서만 쓸 수 있는 스마일페이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도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업체에 한해서만 결제가 가능하다. SK텔레콤의 T페이는 SK텔레콤 멤버십 서비스 가맹점에 한해 결제를 할 수 있다.
반면 페이나우, 페이코 등 범용성을 앞세운 간편결제 서비스는 사용처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 문제 등으로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타사 간편결제를 이용하면 수수료 부담이 있기 때문에 직접 개발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간편결제 업체들은 온·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사용처 넓히기에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서비스 중심이던 삼성페이는 온라인 결제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체크카드 발급으로 오프라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체크카드는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쓸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온라인 간편결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네이버페이는 체크카드 결제 금액의 1%를 네이버포인트로 적립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