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버지 소개서’였던 로스쿨 자기소개서

입력 2016-04-19 17:29
교육부가 로스쿨 전수조사로 찾아낸 불공정 입학 의심 사례에 전·현직 고위 법관과 검찰 간부의 자녀 4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기소개서를 사실상 ‘아버지 소개서’로 작성해 누구의 아들딸임을 웅변했다고 한다. 면접관이 “네 아버지가 ○○○ 변호사냐”고 묻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25개 로스쿨마다 20∼30건씩 이런 사례가 나왔다. 그동안 사회지도층 자녀 수백명이 부모를 앞세워 법조인의 길에 들어선 셈이다.

사실상 대학에 맡겨온 로스쿨 입시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자율을 줬더니 부정이 싹텄다. 그 폐쇄성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로스쿨은 일반 대학입시와 달리 전형요소별 반영 비율이나 최종 합격 점수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누가 뭘 잘해서 붙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형별 평가 기준을 명확히 적시하고, 관련 입학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한 뒤 정기적으로 당국의 감사를 받게 해야 할 것이다.

평가 과정에 부모의 신분이 드러날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특목고 입시에선 상식이 돼 있다. 고교 입시보다 못했던 로스쿨 입시가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는 자기소개서나 면접 같은 정성평가의 비중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통과 여부만 가리게 해야 한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격차는 졸업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 연줄을 타고 대형 로펌에서 실무를 익히는 이들과 허드렛일 인턴이 고작인 이들의 경쟁은 결코 공정할 수 없다. 사법연수원처럼 로스쿨 졸업자라면 누구나 거치는 실무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모든 조치에 선행돼야 할 것은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불공정 입학 사례를 낱낱이 공개하는 일이다. 명백한 부정행위에는 입학 취소와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 재발을 막는 최선의 길은 “그랬다간 큰일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더구나 대법관 출신 법조인의 자녀까지 포함돼 있다고 한다. 사회지도층의 비뚤어진 윤리의식을 바로잡을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