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다음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총선 직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면서 공천파동 당시의 꼴불견이 재연되고 있다. 총선에서 맞은 매로는 한참 부족한 모양이다. 선거 후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수습책을 논의할 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무기력한 새누리당이다. 선장 잃고 헤매는 난파선이 따로 없다.
원 원내대표 역시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신박(新朴)을 자처하며 ‘비박 학살’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강한 계파색 때문에 비박은 물론 친박 일부도 원유철 비대위 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거세다. 심지어 “한번 간신은 영원한 간신”이라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여과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거센 반발에 직면한 원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빠른 시간 내에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 비대위원장직을 이양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20대 총선 당선자대회가 열리는 5월 초까지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 비대위원을 인선해야 하는데 이 문제로 계파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초·재선 의원이 주축인 ‘새누리 혁신모임’이 원유철 비대위 체제에 반대하며 서명작업에 돌입하는 등 행동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죽하면 ‘뼈박(뼛속까지 친박이라는 의미)’을 자처하는 이학재 의원까지 이 모임에 참여했겠나.
총선 당선자대회에서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겠으나 선거 전의 더불어민주당을 벤치마킹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가치가 있다. 20대 국회 원(院) 구성 문제에 전력을 다해야 할 차기 원내대표에게 당무까지 책임지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이도 저도 다 그르칠 확률이 높다. 비대위가 한시적 기구인 데다 활동 종료 후 보장할 자리도 마땅치 않아 외부 인사 영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해보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총선 민의를 망각하고 계파 이익을 앞세워 비대위 구성부터 당권 투쟁에 매몰되면 새누리당엔 더 추락할 바닥도 없다.
[사설] 새누리, 비대위 구성 놓고 갑론을박할 때인가
입력 2016-04-19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