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날’… 박뱅, 밀어서 넘겼다

입력 2016-04-19 19:20
19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 왼쪽 외야 관중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네소타 트윈스’를 한글로 새긴 모자를 쓰고 있었다. 미네소타 트윈스가 마련한 박병호(30)의 ‘발코니 데이’ 이벤트였다. 왼쪽 외야 관중석 네 곳의 입장권을 구입한 관중 모두에게 이 모자를 나눠준 것이다. 김치로 소를 만들어 크로켓처럼 튀긴 한국식 퓨전 음식을 즐기는 관중도 있었다. 타깃필드는 박병호를 위한 축제 분위기였다.

미네소타는 미국에서도 가장 추운 지방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우리 교민 숫자도 결코 많지 않다. 이날 타깃필드에는 미니애폴리스와 인근 세인트폴 등지의 교민들이 다 운집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관중석 곳곳에선 한글로 응원문구가 눈에 띄었다. 박병호의 한글 이름을 새긴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은 남성 관중 2명, 팻말에 한글로 ‘뱅뱅뱅’이라고 적은 남성 관중 1명이 미국 방송 폭스스포츠의 중계방송 화면에 잡혔다. 모두 한국인 교포였지만, 주변의 미국인 관중들은 함께 박수치며 박병호를 응원했다. 박병호는 타깃필드의 밤하늘을 가른 솔로 아치로 구단과 관중의 응원에 화답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의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3-3으로 맞선 4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솔로 홈런을 때렸다. 밀워키 선발투수 체이스 앤더슨의 5구째 시속 145㎞짜리 패스트볼을 밀어 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스윙이 완벽하게 돌지 않았지만 힘이 좋은 박병호의 타구는 그대로 뻗어 129m를 날았다.

지난 17일 LA 에인절스 홈경기(6대 4 승)에서 140.8m를 날아간 솔로 아치를 그리고 이틀 만에 재가동한 올 시즌 3호 홈런포다. 박병호 발코니로 지정된 왼쪽 외야부터 홈런 타구가 떨어진 오른쪽 외야까지 타깃필드의 관중석은 박수치며 환호하는 사람들로 들썩거렸다.

박병호에겐 특히 기분 좋은 홈런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주특기인 밀어치기로 처음 만든 홈런이기 때문이다. 밀어치기는 방망이를 완벽하게 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타격하기 때문에 당겨치기보다 힘을 싣기 어렵다. 박병호는 강한 손목 힘과 빠른 허리 회전을 바탕으로 공을 밀어 쳐 담장 밖으로 넘기는 타자다. 2012년부터 연마한 결과다. 한국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에서 활약했던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프로야구 홈런왕을 차지한 비결도 밀어치기였다.

박병호는 세 번째 타석인 5회말 2사 주자 1루에선 우전 안타를 때렸다.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작성한 멀티히트다. 타율은 0.205로 상승해 1할대에서 탈출했다.

미네소타는 7-4로 앞선 7회초 굵어진 빗줄기로 중단된 경기가 콜드게임 처리되면서 승리했다. 개막 9연패 이후 4연승을 질주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