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3총선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한 당대표 합의 추대론으로 시끌벅적하다. 총선 과정에서 숨죽이고 있던 주류는 물론 비주류 측 인사들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정청래 의원은 “셀프 공천도 문제지만 셀프 추대라는 것이 민주국가에서 가능한 일이냐”며 “셀프 추대는 북한 노동당 전당대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지난달 김 대표가 본인을 비례대표 2번에 직접 공천한 일을 다시 끄집어내며 이번에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김진표, 김영춘 당선자도 당헌당규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전당대회가 준비돼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대표가 새로 임명한 정성호 비대위원마저 “(합의 추대가) 민주적 정당에서 가능할 건지는 상당히 의문”이라고 했다.
일단 밖으로 드러난 목소리로만 볼 때는 더민주 내에서 ‘김종인 당대표 합의 추대론’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대세다. 20대 총선을 통해 일약 원내 1당으로 도약한 더민주에서 차기 당대표는 누구나 욕심낼 만한 자리다. 정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년 대선 가도에서도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김 대표는 스스로 “참다운 수권정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해 왔다. 이게 진심이라면 김 대표는 ‘셀프 추대’라는 해괴한 말이 더 이상 회자되지 않도록 입장을 정리해 내놓아야 한다. 앞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합의 추대하면 대표직을 받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번 ‘셀프 공천’ 논란이 벌어지자 김 대표는 당무를 거부하며 당을 혼란에 빠뜨린 적이 있다. 또 다시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면 총선에서 지지표를 던진 국민들은 더민주와 김 대표의 오만에 등을 돌릴 것이다. 당권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으로 번지지 않도록 할 책임도 비대위 대표를 맡고 있는 김 대표에게 있다.
아울러 김 대표도 기나긴 정치인생에서 한번쯤은 자신을 던지는 ‘모험’을 할 필요가 있다. 전례가 없는, 비례대표로만 5선이 된 그는 13대 총선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한 것을 제외하면 변변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적이 없다. 대선에서 ‘킹메이커’가 아닌 ‘킹’을 꿈꾼다면 더욱 더 절실하다. 특히 이번에는 김 대표의 ‘몽니’가 통할 가능성도 낮다. 총선 때는 공천권을 쥔 그에게 주류 측이 납작 엎드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당권에 생각이 있다면 당당히 출마하는 게 옳다.
다만, 더민주에서 김 대표의 공(功)마저 폄훼하는 주장이 나오는 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분당 사태로 당이 선거를 치르지도 못할 정도로 난파됐을 때 구원투수로 영입돼 총선을 승리로 이끈 1등 공신이 김 대표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를 쉽게 망각하는 건 후안무치한 태도다.
[사설] 김종인 당대표 합의 추대는 정도 아니다
입력 2016-04-19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