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된 국내 최대의 주목 군락, 멸종위기종인 열목어가 서식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천계곡, 산양 검독수리 기생꽃 대성쓴풀 복주머니란(개불알꽃) 등 멸종위기종 22종을 비롯한 2637종의 야생생물이 깃들어 있는 곳. 우리가 마시는 물의 70∼80%가 발원하는 대덕산 검룡소(한강)와 태백시 황지연못(낙동강)을 지척에 두고 있는 산. 지난 15일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백산과 그 일대 능선의 숱한 매력 가운데 일부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엉덩이이자 다리가 구부러지는 분기점에 해당된다. 동시에 남한에서 개발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가장 넓은 야생 원시림(태백, 봉화, 영양, 울진 일대)의 북단에 해당된다. 그래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 할 때 당초 태백시, 정선군, 영월군, 봉화군에 걸쳐 약 400㎢를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해 4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국립공원 지정 건의안은 태백산(49.3㎢), 함백산(41.3㎢), 대덕산·금대봉 생태경관보호지역(9.1㎢) 등 99.7㎢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정암사를 포함한 함백산 서쪽 사면이 대거 제외된 70.1㎢만 태백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면적이 기존 태백산도립공원(17.4㎢)보다는 4배가량 넓지만 22개 국립공원 가운데 20번째에 불과하다. 공단 측에 따르면 제외 지역 대부분이 국유림이지만 조계종과 산림청이 공원 편입에 반대했다고 한다. 태백산국립공원은 결국 선거구 게리맨더링 결과처럼 해마가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모양(삽화)으로 홀쭉하고 길게 뻗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자연보호지역 면적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작은 면적의 명소 위주로 보호구역 개수만 늘려서는 보호지역의 획기적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울진 영양 봉화 등을 잇는 넓은 산림, 강화갯벌 일대 등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큰 덩치의 땅을 우선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한마당-임항] 국립공원 게리맨더링
입력 2016-04-19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