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대구 야당 국회의원’ 진기록을 세운 김부겸 당선인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홀로 국민일보 취재진을 맞았다. “수행이 뭐 필요합니까. 이래야 몸도 가볍고 말도 편히 하지요.” 발언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특히 야당의 정치문화에 대해 “이제 내가 총대를 멜 테니 중진들이 (원내에서) 발언을 하라”며 강한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당대표나 원내대표 경선 참여 여부엔 “내가 (의원들에게) 표를 달라 하면 할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선을 그었다. 당대표 선출 문제엔 “지금 우리 당이 당대표 경선을 통해 활력이 살아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지 않으냐”며 합의추대 쪽에 무게를 실었다. 차기 대권에 대해선 “대구시민들이 저의 다음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기적’을 만들어준 대구 민심은 무엇인가.
“두 번 떨어져도 다시 도전하는 김부겸이라는 사람을 쭉 지켜봐준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판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야당 정치문화를 바꾸겠다고 했다.
“과거 의원총회는 토론이 아닌 선동의 장이었다. 강경파도 이제 주장할 때 근거를 대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당을 나가 진보정당을 할 배짱은 없으면서 왜 진보라는 가치는 독점하려 하는가. 과거 국가보안법의 ‘민주질서보안법’ 대체 합의를 무산시킨 강경파들은 지금 어딨나. 앞으로 반대하는 사람에겐 ‘당신의 해법은 무엇이냐’고 물어야 한다.”
-치열한 토론이 내분으로 비칠 수도 있다.
“강경파는 면허증이라도 있나. 국민을 대리하는 사람이 왜 자기 철학만 고집하나. 토론 없는 풍토에 끌려가면서 분당의 상처만 남지 않았나. 내가 총대를 멜 테니 중진들도 이제 발언해야 한다. 다른 의원과 척지기 싫어하면 당은 망한다. 필요하다면 의총에서 표결도 요구할 것이다.”
-당이 어떻게 변해야 하나.
“액션과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업별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데, 그동안 야당은 ‘사회안전망도 안 깔아놓고 어떻게 하느냐’고만 했다. 제1당이 된 지금은 피할 수 없지 않나. 이젠 솔직해져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온 몸이 멍들어 있다. 이걸 두고 표를 달라 할 순 없다.”
-호남 민심 수습은 어떻게.
“누구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호남에 가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해야 한다.”
-호남이 내년 대선에선 ‘전략적 투표’를 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그런 인식 자체가 얼마나 천박한가. 그분들이 우리가 무슨 사고를 쳐도 항상 감싸주고 어려운 것을 다 해결해주는 보호자인가. 정치집단으로서 기본 예의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광주 선언’은 어떻게 매듭지어야 하나.
“지금은 문 전 대표 발언의 타당성 논쟁에 빠지면 안 된다. 정치 지도자에게 자신의 발언을 수습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나. 조금 신중했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있다.”
-새 지도부는 어떻게 뽑아야 하나.
“많은 사람들은 야권이 근본적으로 재구성되는 길을 찾느냐에 관심이 있다. 물론 차세대 지도자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또 어느 계파가 누구를 밀고 하면 끝이다.”
-당권에 도전하나.
“내가 (특정) 포지션을 가지면 이런 자유로운 발언권이 없어진다.”
-야권 통합을 주장했다.
“지금 당장 통합하자는 것이 아니다. 양당이 (협력을 통해) 신뢰 수준을 높여가는 게 먼저다.”
-대권주자 간 공정 경쟁이 가능할까.
“가장 답답한 것은 김종인 대표를 모시고 올 정도의 파격적 결정을 할 수 있었다면 왜 안철수 의원을 놓쳤느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이지 두 사람의 개인적 입지가 아니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론에 승복하는 성숙한 모습을 쌓아가면 공정 경쟁의 틀이 만들어질 것이다.”
-내년 대선에 도전하나.
“대구시민들의 기대는 야당 의원을 통한 긴장과 경쟁, 변화에 대한 징표다. 그런 것 없이 대권 운운하면 뿌리 없는 정치인이 된다. 환갑인데, 실험하듯 정치할 수 없다.”
-대구시민들이 대선 출마를 원한다면?
“야당과 야당 인물에 아직 그 정도로 마음을 연 것은 아니라고 본다. 대구시민들은 저의 다음 행보를 계속 지켜볼 것이다.”
최승욱 문동성 기자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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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9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