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관계를 수평으로” 與 내부서 제기… 친박은 불쾌

입력 2016-04-18 21:21 수정 2016-04-18 21:28
새누리당 내부에서 수직적 당청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등장했다. 당의 혁신과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당 중심으로 옮겨와야 한다는 것으로, 총선 참패 책임론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비박(비박근혜)계가 꺼내들었다.

그러나 과반 의석은커녕 제1당 지위까지 빼앗긴 상황이어서 박근혜 대통령과 선을 긋고 갈 수 없다는 친박(친박근혜)계 반론도 만만찮다. 향후 조기 전당대회 과정에서 또다시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과정에서) 우리만의 잔치에 빠져 국민이 당청 관계의 볼썽사나운 모습에 역겨움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그는 “용비어천가로 수평적 당청 관계를 포기하고 관리형 지도 체제로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고, 대통령의 입과 귀를 가린 사람이 너무 많았다”며 “위기의 당과 대통령을 위한다면 그분들은 자중해야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의원도 총선 참패 원인으로 ‘새누리당 내에 남아 있는 민주주의가 결여된 전근대적인 리더십’을 언급하며 “박근혜정부 이후에 부각된 면이 강하다. 청와대의 리더십이 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두언 의원은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지도자가 책임지지 않으면 아무도 소신껏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도자가 권력자가 아니라 책임자가 될 때 일이 풀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에 대해 “백번 천번 옳은 말”이라고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과 협조를 통해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평적 당청 관계 요구는 2014년 7월 전당대회, 2015년 2월 원내대표 선출 당시에도 등장했던 단골메뉴다. 이번에도 20대 국회를 이끌 당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또다시 재기된 셈이다.

그러나 친박계 내부에서는 집권 하반기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청와대와 협업이 가능한 인물을 당 지도부에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한 친박계 인사는 “대통령을 지키자며 애걸했던 게 불과 일주일도 채 안됐다”며 “지금은 서로 자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잘잘못을 따지자면 우리(친박계)라고 할 얘기가 없는 게 아니다”며 “조용히 있자면서 자꾸 청와대를 건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당내에서는 이미 여소야대 정국이 된 상황이어서 당청 관계 주도권 경쟁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야권 몸집이 거대해진 만큼 어차피 국정 운영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것이다. 당청 관계와 대야 관계를 함께 조율할 수 있는 중립적 인물이 지도부에 등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당청 관계 재정립 논쟁은 향후 당권 경쟁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전초전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