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 “인기? 일희일비 안해…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입력 2016-04-19 17:52 수정 2016-04-20 15:27
김지훈 기자

순한 인상이다. 동글동글한 이목구비가 언제 봐도 편안하다.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의 정봉이가 눈앞에 있는 듯했다.

배우 안재홍(30)은 “응팔 덕분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니 감사하고 기분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담담해했다. 높아진 인기에 우쭐할 법도 한데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딱 잘라 말했다.

20일 개봉한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안재홍은 말썽쟁이 고등학생 갑덕 역을 맡았다.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웃기지만 우습지는 않은 영화”다. 소꿉친구 갑덕과 남준(김동영)이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둔 고환(류덕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렸다. 안재홍은 “전체적으로 B급 코미디 정서가 가득하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차별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09년 데뷔해 독립영화계를 주름잡던 안재홍은 ‘족구왕’(2014)으로 대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친근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응팔’과 ‘위대한 소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실제 성격과 다소 차이가 있다. “저는 원래 낯가림이 되게 심해요.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도 못 되고요. 친한 친구들에게는 제 모습을 다 보여주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하는 건 너무 어려워요.”

그런 안재홍이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건 ‘연기의 매력’ 때문이었다. 대학교 1학년, 처음 학교 연극무대에 섰을 때였다.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긴장한 채 무대에 올라갔는데 숨죽여 집중하는 객석을 본 순간 짜릿함을 느꼈다.

대중의 관심이 늘수록 부담감이나 책임감도 커질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가짐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게 그의 말이다. “100명 앞이든 1000명 앞이든, 다른 마음으로 연기하지 않아요. 응팔 촬영할 때도 시청률 같은 건 의식하지 않았어요. 그냥 즐겁게, 정확하게 연기하자는 생각이에요.”

‘족구왕’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탔지만 안재홍은 “조급해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빨리’보다는 ‘잘’ 걸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vN ‘꽃보다 청춘’ 나영석 PD님이 예전에 책을 쓰셨더라고요.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라는 제목인데, 그 글귀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어요.”

안재홍의 ‘긴 레이스’ 끝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까. “목표를 설정해놓진 않았어요.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순간순간을 즐기는 게 더 소중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일단 현재를 좀 더 잘 바라보고 싶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