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사고 사망 보험금 13년 만에 현실화

입력 2016-04-18 19:13 수정 2016-04-18 21:47

법원 판례의 절반도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았던 자동차 사망사고 보험금 지급액이 13년 만에 현실화된다. 낮은 지급액을 받아들이거나 소송을 걸어 위자료를 타내야 했던 소비자들의 불편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금 현실화에 이어 소비자가 내야 하는 자동차 보험료가 대폭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8일 기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상 사망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 기준액인 4500만원을 현실화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이미 지난해 2월 사망사고 위자료 기준을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렸다. 보험회사 지급액이 법원 판결의 절반에 불과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03년 조정된 표준약관이 향상된 소득 수준을 반영하지 못해 생긴 문제였다. 금감원은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이르면 12월부터 인적손해 보험금 지급액을 올린다. 장애 위자료, 장례비, 휴업손해 보험금 등도 재조정된다.

일각에서는 보험료가 대폭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약관상 위자료가 늘어날 경우 보험료를 늘리지 않으면 그만큼 보험사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보험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보험가격 자율화를 시행했다. 적자에 시달려 온 손해보험 회사들은 이후 자동차 보험료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손해보험 업계 관계자는 “이미 보험업계에 적자가 가중된 상황”이라며 “보험금을 올릴 경우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험개발원은 관련 자문을 해온 법원에 “위자료를 5% 올리면 보험료는 0.72% 정도 인상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판결액을 감안해 현실화하되 과도한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거쳐 지급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보험료 할증률은 사고 과실이 클수록 높아진다. 기존에는 과실비율이 9대 1인 경우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할증 보험료가 똑같이 부과되는 등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 금감원은 할증률 차등화 개선안이 방어운전 문화를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는 가입경력 인정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2013년 9월 도입된 가입경력 인정제도는 기명 피보험자의 가족 등 다른 피보험자의 운전 경력도 인정해주는 제도다. 보험회사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아 가입률이 저조했다. 이밖에 다자녀를 둔 보험소비자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다둥이 특약상품’ 개발도 장려하기로 했다. 또 보험사가 가해자를 대리해 교통사고 합의금을 피해자에게 선지급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가해자가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고리 대출을 이용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