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외모에 아역배우들 연기력까지… “스크린은 우리들 세상”
입력 2016-04-19 18:38
지난 13일 개봉된 영화 '4등'은 박스오피스 10등에 불과하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1등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1등만이 인정받는 우리 사회에 2등도 3등도 아닌 4등에 대한 시선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금메달을 따는 게 소원인 수영선수 준호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 유재상(12)이 있다. 어른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유재상은 당초 준호의 동생 기호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정지우 감독은 영화 속 수영대회 촬영장에서 그의 연기력과 수영 실력을 확인하고는 준호 역에 낙점했다. 열 살에 ‘어떤 시선’으로 데뷔한 유재상은 ‘사이코메트리’ ‘미나문방구’ ‘신의 한 수’ ‘국제시장’ 등에서 다양한 역할로 연기력을 쌓았다. ‘4등’에서는 가슴 뭉클한 열연으로 미래의 명배우로 눈도장을 찍었다.
아역배우들이 뜨고 있다. 기성 배우들의 틈바구니에서 극 중 양념용 단역에 머물지 않고 빛나는 조연 내지 극을 이끄는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부분 귀여운 외모와 함께 출중한 연기 실력까지 갖추었다. 이들은 멀리는 안성기, 가깝게는 유승호 고아성 여진구 등 아역배우 출신들처럼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영화 ‘사도’에서 훗날 정조가 되는 세손 역을 맡은 이효제(11)는 ‘극비수사’에서 어린이 성한 역으로, ‘검은 사제들’에서는 강동원의 아역인 어린 최부제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사도’의 어린 사도는 ‘국제시장’에서 황정민의 아역인 어린 덕수 역을 맡은 엄지성(12)이 연기했다. 두 아역배우의 심금을 울리는 절절한 연기가 있었기에 유아인의 캐릭터가 빛날 수 있었다.
요즘 가장 핫한 아역 여배우는 이레(10)를 들 수 있다. 이준익 감독의 ‘소원’으로 스크린 데뷔한 이레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오빠생각’에서 때로는 애교 넘치는 이미지로, 때로는 단호한 캐릭터로 배역을 소화했다. TV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어린 분이로, ‘돌아와요 아저씨’에서는 극 중 이민정의 딸 한나로 출연해 똑 부러지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영화 ‘오빠생각’에서 이레의 오빠 역을 맡은 정준원(12)도 ‘손님’ ‘악의 연대기’에서 갈고닦은 연기력뿐만 아니라 합창단원으로 노래 실력까지 뽐냈다. 역시 합창단원인 탕준상(13)은 뮤지컬 ‘엘리자벳’ 등을 통해 연기와 노래를 겸비한 아역배우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열네 살 소녀 천지를 연기한 김향기(15)는 아역답지 않은 소름 돋는 연기로 반전을 이끌어냈다.
하정우가 메가폰을 잡은 ‘허삼관’에는 허삼관의 아들 역으로 3명의 아역배우가 출연했다. 이 가운데 장남 허일락 역을 맡은 남다름(14)은 외간 남자의 씨라며 아버지로부터 구박 받으면서도 동생들을 돌보는 형제애를 애틋하게 연기해 갈채를 받았다. 남다름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아인의 아역인 어린 이방원으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역배우 출신 스타는 즐비하다. 열다섯 살에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영화와 방송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민정은 여섯 살에 드라마 ‘미망인’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했고, 문근영은 아홉 살에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재연 배우로 얼굴을 처음 알렸다. 시트콤 ‘행복도 팝니다’로 데뷔한 장근석,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을 맡은 박신혜도 스타로 떴다.
아역배우들은 연기학원 출신이 대부분이다. 엄마 손에 이끌려 방송국을 전전하다 오디션을 거치거나 감독의 눈에 띄어 캐스팅되기도 한다. 단역으로 잠깐 나왔다가 사라진 아역배우도 부지기수다.
이준익 감독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대로 연기력 좋은 아역배우는 어른이 되어도 살아남는다”며 “아직 배우는 단계인 만큼 너무 잦은 출연으로 자신을 지나치게 소비하는 것은 조로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