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선 이후 본격 착수하려던 해운·조선업 등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경제수장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운업계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부의 입장은 변함없다”며 다른 입장을 밝혀 경제장관들 사이에 이견이 노출됐다.
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찾아 “해운업계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앞서) 부총리의 말씀은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재부와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취약업종 및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고삐를 죄어왔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이 지난 연말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해 실시한 신용위험평가 결과에서 C등급과 D등급을 받은 54개 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아놓은 상태다. 특히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이 선박 이용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채권단이 한진해운 역시 조건부 자율협약에 진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해운사 구조조정이 임박한 분위기다.
유 부총리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은 꼭 필요한 것”이라며 “이미 비상계획은 세워놨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만큼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준비해온 작업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미다. 특히 유 부총리는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을 직접 언급하며 해운업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만큼 해운업 부실이 커질 경우 향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지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다급함이 묻어 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말씀하는 것이고 특별한 말씀을 한 것은 아니다”며 거듭 유 부총리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현대상선에서 자구책을 내놨고 금융 당국이 인정해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진해운도 자구책을 이행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얘기는 아니고 ‘용선료(선주에게 배를 빌려 쓰는 비용) 협상이 잘 진행되는지 걱정’이라는 정도의 말씀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의 발언과는 달리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급박함이 감지되고 있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까지 나서 국내 은행권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취약업종 기업들에 대한 대출이 많은 은행들의 부실채권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무디스는 구조개혁을 늦추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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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직접 챙길 것” 발언에 김영석 해수장관 딴소리 해운업 구조조정 시작부터 삐걱
입력 2016-04-18 21:45 수정 2016-04-18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