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대피소 생활… 낮에는 교회 복구 작업”

입력 2016-04-18 21:08 수정 2016-04-22 14:56
일본 구마모토 현 미나미아소 지역 지진 현장에서 17일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집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AP뉴시스

일본 구마모토에서 지난 14일과 16일 발생한 연쇄 지진으로 현지 교회들과 한국 선교사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교회들은 복구 창구를 단일화하는 등 지원에 나섰으며, 한국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박철호(41·히츠지노무레교회) 선교사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구마모토 시 다수의 교회가 물리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일본교회들은 목회자들이 노령이어서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박 선교사의 교회도 피해를 입었다. 예배당 외벽이 무너졌으며 교회당 내 가구들도 쓰러졌다. 17일 주일예배를 드렸지만 교인들 대부분은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14일 이후 지금까지 여진만 500여회 계속됐다”며 “주민들은 여진 공포로 떨고 있다”고 전했다. 박 선교사도 가족과 함께 인근 피난소로 대피했다. 역시 구마모토 시에서 사역 중인 배동렬(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파송) 목사 가족도 근처 소학교로 피신한 상태라고 전했다.

박 선교사는 “밤에는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낮에는 집과 교회를 정리하고 있다”며 “지금은 전기만 들어오고 있는 상태다. 도시가스나 수돗물 공급은 멈췄다”고 말했다. 박 선교사는 기독교한국침례회 파송으로 올해 9년 차다. 그동안 수차례 지진을 겪었으나 이번처럼 강력하고 장시간 이어진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규슈 미야자키 현에서 활동 중인 김환기 선교사는 “여러 곳에서 물을 공급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가장 필요한 구호품은 물”이라며 “구호물품이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가능한 많은 물을 확보해 지진 현장으로 찾아갈 예정이다.

현지 목회자 모임인 구마모토 현 교역자협의회도 17일 긴급회의를 열고 소속 교단별로 우선 지원하되 단일 창구를 만들어 복구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교역자협의회는 이날 물자 수집 담당 교회 1곳을 정하고 구호금 계좌를 설치했다.

구마모토는 일본 개신교 수용 역사의 근원지인 3대 ‘밴드(band)’ 중 한곳이다. 일본에는 장로교 선교사들과 관련 깊은 ‘요코하마밴드’, 홋카이도(北海道)의 삿포로농학교 중심의 ‘삿포로밴드’, 그리고 양학교(洋學校)와 교육선교사들이 중심이 된 ‘구마모토밴드’가 있다. 현재 구마모토현에는 1000여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 선교사 3∼4가정이 일본인들을 상대로 사역 중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지난 15일 구마모토 현의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기도와 연대의 뜻을 담은 위로 서신을 일본기독교협의회(NCCJ) 총무 쇼코 아미나카 목사에게 보냈다.

신상목 백상현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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