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업체 줄소환… 롯데마트 “사과·보상”

입력 2016-04-18 19:23 수정 2016-04-18 21:41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와 판매업체를 규탄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9일부터 제조·유통업체 관계자 소환조사에 돌입한다. 50명 이상이 불려 나올 전망이다. 살균제 제조업체 중 하나인 롯데마트는 18일 업계 최초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100억원 규모의 보상 재원 마련을 약속했다. 정부가 산모와 영아의 폐질환 연쇄사망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한 지 5년 만이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검찰 칼날이 턱밑까지 온 상황에서 나온 ‘면피용 사과’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9일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측 인사담당 실무자 2명을 불러 법인 고의 청산, 연구보고서 조작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출범한 수사팀은 그동안 과거 연구자료 검증, 피해자 조사 등을 통해 사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한 수사팀은 다음 단계인 제조·유통사들의 ‘과실 입증’에 착수했다. 검찰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들 중 옥시의 죄질이 가장 나쁘다고 판단하고 있다. 옥시는 제품 사용에 따른 폐 손상 논란이 불거지자 법인을 고의 청산하고, 폐 실험 결과를 조작한 정황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 내부에서도 ‘옥시만큼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옥시의 인사담당자를 소환한 점도 주목된다. 인사담당자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은폐·조작에 적극 가담한 내부 책임자들이 확인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의 집중 수사는 소환조사를 앞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업체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5년 넘게 침묵했던 롯데마트는 이날 서둘러 피해자 구제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인과관계 규명 못지않게 피해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아내는 것도 이번 수사의 중요 포인트”라고 밝혀 왔다. 롯데마트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위해 100억원가량의 보상 재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피해자 보상을 위한 전담 조직도 설치한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시기가 너무 늦어진 점 사과드린다”면서 “더 늦어서는 안 된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기자간담회장을 찾은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공동대표는 “유해성이 밝혀진 지 5년이 지난 뒤 검찰 조사를 눈앞에 둔 오늘 사과하는 것이 무슨 의도냐”고 반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팀장도 “롯데마트의 사과는 피해자와 그 가족이 아닌 검찰한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피해자 측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모든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검찰은 수사 대상 업체의 피해보상 입장에 상관없이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용택 김혜림 기자 nyt@kmib.co.kr